매일신문

[야고부] 별난 단어 사전

세상이 얼마나 빨리 돌아가는지 '앞으로 나가지 못하면 곧 퇴보'라는 말이 실감난다. 그 첫 자리에 인터넷이 있다. 젊은 세대와 같이 호흡을 하고 싶어도 도무지 그들의 언어를 알 수가 없다. 어느 세대에서나 은어는 있었지만 요즘은 너무 빨리 변하기 때문에 매일 인터넷에 매달려 있지 않으면 같은 세대끼리도 적응이 쉽지 않을 정도다.

그나마 얼짱, 엄친아, 쌩얼 등은 이미 관용어로 자리 잡아 이해가 어렵지 않다. 또 댓글에서 자주 만나는 감사나 죄송, 후덜덜을 ㄱㅅ, ㅈㅅ, ㅎㄷㄷ으로 쓰는 것은 이미 이야깃거리도 안 된다. 제곧내(혹은 ㅈㄱㄴ, 제목이 곧 내용), 닥전(닥치고 전자),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언쇠(언어 수학 외국어) 외궈(외국어)쯤에 오면 가슴이 답답하다. 아무나 붙잡고 물어볼 수도 없으니 더욱 그렇다.

영어도 비슷하다. night를 nite, thanks를 thx로 쓰는 것은 가능하면 짧게 쓰려는 것이다. 이런 단어는 원어를 추측할 수 있어 어느 정도 소통이 가능하지만 no problem(괜찮아)을 np로, be right back(곧 돌아옴)을 brb로 써버리면 알기가 힘들다. 특히 later을 l8er로 써버리면 요즘 젊은이들 용어로 개념이 광탈(광속탈출)이나 안드로메다 행이다. 용기를 내 한 외국인에게 물어봤더니 8이 eight이고 ate와 발음이 같아 이를 대입하면 later가 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단어를 만날 때 이해가 안 돼 속만 끓이던 '늙은 세대들'에게 희소식이 있다. SK 커뮤니케이션즈가 포털 사이트 네이트를 통해 '희한하고 별난 검색어' 서비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신조어를 검색할 수 있는 기능으로 예문까지 들어 상세하게 설명한다. 취존(취향입니다. 존중 바랍니다), 이얼싸(이기적인 얼굴 사이즈라는 뜻으로 아주 작은 얼굴이라는 뜻), 데꿀멍(데굴데굴꿀꿀멍멍의 준말로 실없는 소리를 한다는 뜻) 등 추측 불가능의 단어에 대한 궁금증을 쉽게 풀어주고 있다.

사실 인터넷에 범람하는 약어, 은어가 한글의 아름다움을 해친다고 걱정을 많이 한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고, 일시적이다. 유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기성세대와 구분되는 그들만의 멋으로 이해하면 아예 속이 편할 것 같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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