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만 해도 장밋빛 전망 일색이었던 금융시장이 흙빛으로 변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의 긴축 우려가 국내 증시를 연일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1,600을 지지할 것으로 보지만 추가하락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투자 주의보가 울리고 있는 것.
◆금융시장 충격파
코스피지수는 26일까지 사흘 연속 약세를 보이며 26일 32.86포인트(1.97%) 내린 1,637.34로 마감했다. 사흘간 하락폭은 84.67포인트(4.9%)에 이르렀다.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1.78%)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2.42%), 대만 가권지수(3.28%) 등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외국인들이 우리 주식시장에서 26일 하루 동안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만 2천억원 가까이 순매도하면서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렸고, 환율도 요동쳤다. 원/달러 환율은 26일 전날보다 13.30원 뛴 1,163.30원을 기록했다.
환율은 26일 오전 한때 1,142원까지 내렸으나 오후 들어 급등하면서 장중 등락폭이 23.30원에 이르렀다. 올 초까지만 해도 너무 내려 걱정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다시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15일 이후 8영업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금융시장의 불안감 징후는 다른 지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주요국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 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은 부도에 대비한 보험요율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 프리미엄이 올라가면 그만큼 해당 국가 채권의 위험도가 커진다는 의미다.
26일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데이터스트림 등에 따르면 5년 만기 한국물 국채의 CDS프리미엄은 22일(이하 뉴욕 현지시간) 기준 1.09%로 지난해 말보다 27.7%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런일이?
미국의 상업은행 규제방침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이번에는 중국의 유동성 조절 조치들이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 이른바 'G2(미국과 중국) 리스크'가 연이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22일 주가 급락이 미국 영향 때문이었다면 25, 26일엔 중국 영향을 받았다. 중국이 일부 시중은행에 대한 지급준비율을 올릴 것이라는 뉴스가 터져나온 것이다.
중국의 금리 인상 임박설과 미국의 재정지출 동결 소식으로 글로벌 유동성 위축과 '더블 딥'(반짝 경기 반등 후 다시 하강) 우려까지 번지면서 주식시장은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이미 긴축에 들어갔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통상 본격적인 긴축은 기준금리 인상을 의미한다. 하지만 중국은 채권시장을 통한 금리파급 기능이 충분하지 않은 만큼 지준율 인상이나 창구지도(대출 중단) 등도 '출구전략'에 해당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 증시를 이탈하고 있다. 돈을 거둬들이고 있는 것이다.
◆정말 위기가 오나?
시장에서는 27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상당기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한다'는 문구를 유지, 조기긴축 우려를 완화시킨다면 최소한 미국발 악재는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미 긴축신호가 나온 이상 주가의 약세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김현기 신한금융투자 대구지점장은 "코스피지수가 1,600선을 지지하기를 기대하지만 추가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올 초까지만 해도 금융위기 극복에 대한 자신감에다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주가상승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중국의 긴축과 미국의 출구전략을 결국 만나게 됐다"며 "주식시장은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고 대형주보다는 개별테마에 대해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해근 동양종금증권 대구지점장은 "추세가 꺾였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변동성 확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변동성이 나타나는 모습이지만 조정이 그리 깊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박구락 삼성증권 대구법인지점장은 "최근의 악재는 모두를 각국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 주요국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경기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며 정부가 주도하는 악재는 결국 한계가 있다. 국내증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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