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반도체 핵심기술이 협력업체를 거쳐 경쟁사인 하이닉스로 유출된 사건은 국가적인 기술 보안 체계의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검찰에 적발된 협력업체 간부들은 2005년부터 최근까지 6년 동안 삼성전자 영업 비밀 95건을 빼내 13건을 하이닉스로 넘겼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가 입은 피해는 직접적인 것만 수천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다 기술 격차가 좁혀지면서 발생할 간접 피해까지 합치면 전체 피해 규모는 수조 원에 달한다는 것이 검찰의 추산이다.
더 심각한 것은 해외업체로 기술이 유출됐을 가능성이다. 검찰은 수사에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이번 사건을 주도한 미국 장비업체 AMAT를 통해 기술이 해외 경쟁업체로 흘러들어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이라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반도체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그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은 국가경제 전체에 심대한 타격이 되기 때문이다.
자력기술을 바탕으로 좋은 제품을 세계시장에 내놓으면서 한국은 '기술 도둑질'의 표적이 되고 있다. 지난해 쌍용차와 지엠대우차의 핵심기술이 각각 중국과 러시아로 유출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로 인한 피해는 엄청나다. 2004~2008년 160건의 기술 해외 유출 사건을 적발한 국정원은 이들 기술이 그대로 유출됐을 경우 경제적 손실은 무려 253조 4천5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정부와 기업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안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 삼성전자의 보안 시스템은 철통으로 알려져 있으나 결국은 뚫렸다. 17세기까지 유럽 정상이었던 이탈리아 실크 산업은 영국의 기술 도둑질로 몰락했다. 힘들여 개발했지만 지켜 내지 못하면 소용없다는 역사적 교훈이다. 힘들여 개발해 놓고 남 좋은 일만 하는 어리석은 짓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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