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미있는 한방이야기] 오가피(五加皮)

심장질환·열 동반한 급성환자 복용 금지…태양인에 좋아

많은 사람이 오가피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는 못해도 먹으면 좋은 만병통치 약재로 여기고 있다. 한동안 매스컴에서 무분별한 오가피 광고로 인해 엄청난 양이 소비됐고 요즘도 오가피를 인삼처럼 달여서 먹는 사람이 많다. 과연 '오가피는 체질과 상관없이 먹어도 괜찮을까?' '우리나라 국민은 오가피 덕분에 많이 건강해 졌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국내 자생 10여 종, 가시오가피 가장 알려져

오가피는 1976년 프랑스에서 개최된 국제 약학회에서 구소련의 과학자인 브레이크만 박사가 효능을 발표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78년부터 강원도 지방을 중심으로 재배되기 시작해 전북과 충남 지역으로 확산됐다.

오가피의 학명은 아칸토파낙스(ACANTHOPANAX). ACANTHO는 가시가 있는 나무이고 PANAX는 만병을 치료한다는 뜻이다. 즉 '만병을 치료하는 가시가 있는 나무' 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 한 줄기에서 잎이 다섯 개로 갈라져 나와 오가(五加)라 하며 하얀 가시가 많아 백자(白刺), 그리고 일종의 신경통 증상인 풍사(風邪)를 쫓는 효능이 있어 추풍사(追風使)로 불리기도 한다.

국내에 자생하는 오가피류는 약 10여 종으로 알려져 있다. 암술대의 끝이 함몰, 갈라지는 데 따라 종을 감별한다. 크게 가지와 줄기에 장미처럼 가시가 듬성듬성 난 오가피와 줄기에 바늘 모양의 가시가 빽빽하게 난 가시오가피로 이분한다. 한방에서는 약재로 모두 다 사용되며 약효도 비슷하다. 일반인에게는 가시오가피가 많이 알려져 있고 가시오가피가 아니면 약효가 떨어지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요 자생지는 백두대간을 따라 해발 600m이상의 고산지대다.

한의학에서 오가피(五加皮)는 두릅나무과에 속한 낙엽관목인 우리나라의 각지에 분포하는 오갈피나무와 중국산 세주오가(細柱五加) 및 같은 속 근연식물의 뿌리, 줄기 및 가지의 껍질을 음지에서 건조한 것으로 여름과 가을에 채취해 사용한다.

◆태양인에게 좋지만 무분별 복용 안 돼

오가피의 약성은 따뜻하고 독이 없으며 맛은 맵고 쓰다. 주로 하초(下焦)에 들어가서 효능을 발휘한다. 오가피는 관절통이나 신경통 등을 일으키는 풍습사(風濕邪)를 제거하고 경락의 소통을 원활하게 해 통증을 없애준다. 비뇨생식기능 증진과 뼈, 근육을 튼튼하게 해 남성의 발기부전, 낭습(음낭주위가 습한 증상), 배뇨장애, 여성의 음부 가려움증 등에 효과가 있다. 하체 근골의 기력이 떨어진 노인의 허리나 무릎 통증과 좌골신경통, 소아의 경우 발육이 느려 제대로 걷지 못하는 증상 치료에 쓰이고 있다.

약리학적으로는 종양의 발생과 전이를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어 생체의 저항력을 높이고 경'중도의 당뇨병에서 혈당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한다. 세사민(sesamin) 성분은 기침과 담을 없애며 기관지염을 예방한다. 시린진(syringin) 성분은 정력을 증강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칸토사이드(acanthoside) 성분은 간 조직의 손상을 막아주고 독성물질을 몸 밖으로 내보내고 간의 지방 축적을 막는 작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오가피는 여러모로 유용한 약재로 쓰이나 음(陰)이 부족해 몸에 허열(虛熱)이 발생하는 증상과 심장질환을 가진 사람, 열을 동반한 급성질환자는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 오가피는 성질이 따뜻하면서 하초를 보하는 작용이 있어 굳이 사상체질로 분류하자면 5% 미만의 태양인에게 좋은 한약재이다. 체질에 상관없이 아무나 무분별하게 복용할 약재는 아닌 것이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도움말=한상원 대구시 한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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