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난민 "우리도 도울게요"
5일 오후 10시 대구 달서구 신당동 계명대 동문 한 주점. 문을 열고 들어서니 하우스음악 소리가 세차게 울린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바지런히 몸을 놀리는 10명쯤 되는 사람들. 음악을 고르거나, 풍선을 불고 유리창에 장식을 한다. 한쪽에는 임시로 바가 마련됐다. 바닥에 가득 쌓인 맥주상자, 테이블 위에 자리 잡은 양주병. 아무래도 파티가 열릴 조짐이다.
이런저런 준비로 분주한 팀 멜휴이시(Tim Melhuish·24·영국)씨가 "지진 피해를 입은 아이티 국민을 돕기 위한 자선파티"라고 설명한다. 파티 수익금을 아이티 구호단체에 기부하는 형식. 재미교포 JC 황(27)씨의 제안으로 기획했다. "해마다 성탄절에 자선파티를 열었는데 지난해에 못했어요. 마음의 짐으로 남았는데 아이티 비보를 듣고 팀과 함께 뜻을 모았죠."
오후 10시 30분. 손님들이 오면서 파티가 시작된다. 바텐더 멜휴이시씨의 손이 바빠진다. 맥주 1병, 양주 1잔에 3천~5천원. 크게 부담되지 않는 가격. 손님들 중 일부는 굳이 거스름돈을 사양한다. 행사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황씨는 손님 안내에 정신이 없다.
테이블에 앉아서, 혹은 선 채로 웃고 떠들고 마시며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 술이 거나해진 사람들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저마다 파티 소식을 들은 경로는 달랐지만 취지는 잘 이해하고 있었다. 멜휴이시씨의 직장 동료인 전나희(26·여)씨는 "아이티 국민을 돕는 행사라서 찾았다. 낯설긴 한데 이렇게 즐기면서 남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고 했다. 맨디 위저(Mandy Wieser·28·여)씨는 "아이티에 있는 친구가 이번 지진으로 일가족을 잃어 더욱 뜻깊은 행사"라며 "이들을 돕는다는 말에 주저 없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예정된 오전 3시를 훌쩍 넘겨 마무리된 이날 파티. 정리를 끝낸 황씨와 멜휴이시씨가 모금함을 따자 테이블 위에 지폐가 수북이 쌓였다. 총 수입금은 80여만원. 두 사람은 "앰프가 고장나는 사고도 있었지만 모두가 자선행사에 동참해 뜻깊은 행사였다"며 "행사를 도와준 이들과 모금에 동참한 모든 친구들에게 감사를 보낸다"고 환히 웃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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