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일들이 안 풀리고 도모하는 일마다 꼬이고 막힐 때, 사람들은 하느님이나 부처님 같은 절대적 존재를 찾고 매달린다. 그러나 막다른 순간까지는 인간의 초라한 지식, 뜬구름 같은 권력, 밤 안개 같은 돈의 힘을 더 믿고 설친다. 하느님이나 부처님은 안중에도 없고 아등바등 온갖 몸부림을 치며 버티고 퍼덕대는 것이다. 그러다 정말 옴짝달싹 못할 한계에 다다랐다 싶을 때가 되면 그제야 '아이고! 하느님' '아이고! 부처님' 하며 엎드린다. 숨넘어갈 만큼 절박하지 않으면 절대적 존재쯤은 배부른 소 여물 보듯 하는 것이다.
큰일을 도모할 때, 그것이 대못을 박는 것이든 뽑는 것이든, 미리 신의 섭리 같은 걸 염두에 두거나 성찰하는 겸허함이 없는 것은 다 인간의 제 잘난 탓이다. 그런 우매한 자만은 항상 뒤탈을 내고 일을 더 꼬이게 하고 갈등을 키워낸다. 세종시 갈등도 그런 제 잘난 탓에 갈수록 점점 더 엉킨 실타래처럼 꼬여져 이제는 쾌도난마(快刀亂麻)도 소용없는 지경에 빠져들었다. 계속 이대로 정치집단 간의 힘겨루기로 끌고 가서는 해법이 없다. 분열→표결→재분열의 악순환이 뻔히 내다보이는 벼랑 끝으로 5천만 공동체가 대책 없이 떠밀려 갈 것인가, 어느 길목쯤에서 '바보들의 행진'을 멈출 것인가를 결단 내리고 다른 데서 길을 찾아야 한다. 서로 네가 틀리다는 공격만 해댈 게 아니라 성경(聖經)이나 불경 속에서라도 해법을 찾아보는 지혜와 여유로 추슬러야 할 시점, 다시 말해 '아이고! 하느님' '아이고! 부처님' 할 때가 됐다는 말이다.
성경엔 '어떤 성(城)에 접근하여 치고자 할 때는 먼저 화평(和平)을 하자고 외쳐라'고 했다.(신명기 20장 10절) 공격하는 편이든 반격하는 편이든 싸우기 전에 평화를 먼저 청하면 모두가 승자가 되기 쉽다는 가르침이다. 무작정 싸움부터 걸고 볼 게 아니라 먼저 평화 속에서 함께 갈 길을 모색하고 찾아내는 것, 그것이 정치에 있어서도 기본이고 정석이다.
'성을 함락시키려 공격하는데 오랜 세월이 걸리더라도 (애꿎은) 나무들은 도끼로 마구 찍어내지 말라. 나무에 여는 열매를(함께) 따 먹어야 할 터인데 찍어내서야 되겠는가.'(신명기) 이 역시 세종시 돌파 공략을 위해 타 지역 도시의 성장 동력을 잘라내는 일이나 본질을 벗어난 가시 돋친 말로 정치 동지를 서로 상처 내는 짓은 함께 공유해야 할 공동체를 찍어 없애는 것과 같다는 가르침이다.
'서로 내가 더 힘이 세니 내 생각대로 따르라'며 맞섰던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사무엘기 상 17장) 역시 아무리 더 강하고 큰 무기나 세력도 하늘의 뜻(진리와 정의, 민심)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가르친다. 구리 투구와 비늘 갑옷, 쇠로 된 창과 방패를 든 골리앗이, 투구도 칼도 갑옷도 마다하고 막대기 하나에 자갈 다섯 개로 맞선 다윗 앞에 쓰러진 것은 다윗이 믿고 내건 하늘의 뜻이 무기보다 더 강했기 때문이란 것을 말한다.
막판 표 대결로 겨루겠다는 야당, 친이, 친박 간의 싸움도 속내로는 서로 자기네 쪽의 투구와 창과 방패(표)가 더 크고 강하다고 믿기 때문에 버티는 것이다. 화평 속의 절충보다 내 무기만 더 갈고 닦으면 이길 수 있다는 자만에 홀려, 누가 더 하늘의 뜻을 잘 따랐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고 한 성경의 가르침을 잊고 있다. 지금이라도 서로 갑옷을 벗고 창과 막대기와 돌을 내던지고 민심만 바라보라. 캄캄해 보이는 미로 속에 차선(次善)일망정 함께 가야 할 승자의 길이 나타날 것이다. 그것이 성경이 가르치는 해법이다.
지금 와서 총리 한 명 갈아치운다고 기상천외의 대안이 튀어나올 리도 없다.
야당의 해임 안(案) 투쟁 해법은 오히려 논두렁 태우던 불길을 콩깍지에까지 번져 붙이는 부채질로밖엔 보이지 않는다
여야, 친이'친박 모두 세력에 기대 싸움할 시간에 더 많은 해법들이 숨어있을 성경과 불경이라도 밤새 뒤적이며 민생의 출구부터 찾겠다는 단심(丹心)을 가져라.
김정길 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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