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본격적인 출발입니다. 인생의 제2막을 시작하는 것이지요."
31년 만에 모교에 컴백한 늦깎이 고교생 이병철(50·경북전세버스운송조합 이사장)씨가 10일 꿈에 그리던 고교 졸업장을 받았다. 이씨는 이날 오전 재학생들과 축하객들이 행사장인 혜당기념관을 꽉 채운 가운데 열린 대구 영남고 제59회 졸업식에서 아들같은 졸업생들과 함께 맨 앞에 자리를 잡았다.
"고교 졸업장을 받지못해 30년 동안 가슴 졸였는데 이젠 흥분과 기대로 묘한 기분입니다."
사회적으로는 성공해서 현재 상주 현대자동차 수정정비 대표, ㈜수정관광·화물 대표, 경상북도 교통연수원 이사장, 경북전세버스운송조합 이사장 등 굵직한 명함을 가졌지만, 막상 정식으로 고교를 졸업하는 순간에는 만감이 교차했다. 6남매의 장남인 이씨는 어려운 가정형편과 방황 등으로 인해 졸업을 세달 앞두고 학교를 그만둬야만 했다. 그는 이번 졸업식을 계기로 30년 넘게 남몰래 애태워온 가슴앓이를 날려버릴 수 있다는 벅찬 기대감으로 가득찼다.
영남고(교장 박성규)도 31년 만에 모교로 되돌아온 이씨를 크게 배려했다. 영남고는 늦깎이 고교생으로 본지(2009년 10월 17일 1면 보도)에 소개된 뒤 전국 언론에 잇따라 알려져 전국적인 인물이 된 이씨를 '만학도의 특별졸업식'이란 영상을 만들어 졸업식장에서 소개했다. 이씨의 영상이 방영되는 동안 졸업식장에 참석한 동료(?) 졸업생들은 물론 후배 재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들은 모두 숙연했다. 박성규 교장은 축하객 속에 숨어있던 이씨의 부인 김경숙(48)씨를 찾아내 소개했다. 묵묵히 이씨를 뒷바라지해오며 정신적 버팀목 역할을 해온 김씨에게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김씨는 그동안 역경을 이겨내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편과의 동고동락을 떠올리며 눈시울이 붉혔다. 이씨는 두개의 졸업앨범에 수록되는 영남고 역사 속 주인공이 됐다. 31년 전 고3 시절엔 28회, 올해는 59회다.
박성규 교장은 "모교 후배들은 이씨의 특별한 삶과 졸업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 많을 것"이라며 "이번 졸업식은 천편일률적인 형태를 벗어나 졸업생들의 3년 동안의 학교생활을 중심으로 영상물로 제작해 모교를 영원히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했다"고 밝혔다.
만학도 이씨의 졸업식장엔 대구경북의 교통관련 이사장들과 직원들도 몰려와 축하했다. 빛나는 졸업장을 받아 든 이씨는 "이제 가슴 속의 모든 울분이 사라졌다. 대학에 진학해서 제2의 황금인생을 살아가겠다"며 힘차게 교문을 나섰다. 상주·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
'어대명' 굳힐까, 발목 잡힐까…5월 1일 이재명 '운명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