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韓銀, 시중 '돈줄' 회수…남은 건 기준금리 인상뿐

중국의 긴축 조치에 이어 각국의 출구전략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미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내놨던 각종 비상조치 가운데 상당수가 완료됐거나 올 상반기 내로 거둬들일 예정이다. 이미 넓은 의미의 출구전략은 진행 중인 셈이다. 이에 따라 출구전략의 핵심 조치이자 마지막 수단인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출구전략, 이미 시작됐다

기준금리 인상은 미뤄졌지만, 광의의 출구 전략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업무현황보고서에서 "금융위기 대응 과정에서 확대 공급된 유동성 환수를 위해 총액한도대출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대출 운용방식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액한도대출은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실적과 연계해 시장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배정해 주는 제도다. 한국은행은 2008년 총액한도대출 한도를 6조5천억원에서 9조원으로 늘린 데 이어 지난해 1조원을 추가 확대한 바 있다.

한은은 이미 시중에 풀었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16조8천억원과 외화스와프 자금 102억7천만달러, 외화대출 163억5천만달러도 전액 회수한 상태다. 3조3천억원 규모의 은행자본확충펀드도 다음달이 만기다. 금융위기 이후 내놓은 한은의 비상조치는 총액한도대출과 채권시장안정펀드만 남게 되는 셈이다.

정부의 시장안정화 정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정부는 은행의 해외채권 발행분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난해 말 모두 종료했다. 중소기업 보증비율도 올 하반기까지 85%로 하향 조정할 계획이다. 올해 말 신용보증기금의 일반보증 잔액 목표도 지난해보다 1조4천억원 줄어든 37조원으로 잡았고, 기술보증기금도 16조5천억원으로 6천억원 줄일 방침이다. 올해 일자리 사업 예산도 지난해 80만명보다 대폭 감소한 58만명으로 잡았다. 다만 시장에 충격이 예상되는 중소기업 신용보증 만기연장과 중소기업 대출지원(패스트트랙) 프로그램은 6월 말까지로 연장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조성제 본부장은 "기준금리 인상 등을 제외한 상당수 비상조치는 이미 종료된 것이 많다"고 말했다.

◆남은 건 금리인상

이제 남은 출구전략은 기준금리 인상 정도다. 출구전략의 핵심인 금리인상을 두고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기준금리를 2.00% 수준으로 동결했다. 금융위기 직후 5.25%였던 기준금리는 매달 인하돼 지난해 2월부터 12개월 동안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경기가 회복되고는 있지만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도 증가하고 민간 부문의 자생력이 회복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출구전략의 시기 및 조건'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정책금리 인상 등 본격적인 출구전략에 돌입할 수 있는 환경은 하반기에나 마련될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소비나 고용 등 민간부문의 자생력이 내년 상반기까지 정상화하기 힘들다는 이유다. 그러나 조기 인상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신한금융투자 대구지점 김현기 지점장은 "주식시장의 측면으로 봤을 때 금리 인상이 될 것이라는 심리적 요인이 상존하는 것보다는 충격이 오더라도 빨리 털어내는 것이 좋다"며 "금리인상의 효과는 6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는 만큼 상반기에 단계적으로 인상해야 하반기 인플레 우려와 자산 버블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리가 인상되면 가계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가계와 기업의 연간 이자부담이 6조9천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연구소 이태환 수석연구원은 '신(新)3고와 한국경제' 보고서를 통해 "저소득층은 금융자산보다 부채의 보유 비중이 높고, 소득이 낮을수록 소비를 줄이는 경향이 더 강하기 때문에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는 중·저소득층의 소비를 더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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