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토종 문화공간에 더 깊은 관심과 애정 쏟아야

지난 반세기 동안 대구 극장가를 대표했던 아카데미극장이 경영난으로 최근 문을 닫았다는 소식이다. 1960~80년대 전성기를 구가했으나 자본과 배급망을 무기로 한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의 잇단 진출에 결국 손을 들고 만 것이다. 그동안 멀티플렉스로 변신을 시도하는 등 나름의 생존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에서 아카데미의 이번 폐업 소식은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이에 앞서 지난 수십 년 동안 대구 극장가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던 아시아'제일'대구'중앙시네마 등이 차례로 자취를 감췄다. 이는 지역민 사이를 정서적으로 연결해준 공감대가 또 하나 허물어진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들 극장들은 중장년층들에게는 젊은 시절 추억과 낭만이 고스란히 녹아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비단 영화관뿐 아니라 서점, 음악감상실 등 지역민과 애환을 함께해 온 '토종' 문화공간들이 하나둘 사라지면서 대구시민들은 알게 모르게 유'무형의 문화적, 사회적 자산을 잃는 셈이다. 되돌릴 수 없는 뼈아픈 손실인 것이다. 이는 지역에 뿌리를 둔 문화 인프라와 그 저변이 옅어지고 회복할 수 없는 길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결코 그 의미가 가볍지 않다.

물론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경쟁력에 뒤처지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하지만 영세 문화 공간들이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는 사이 시민들의 문화적'정서적 유대감이 급속도로 옅어질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그래서 토종에 대한 더 깊은 애정과 보살핌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은 스토리가 부가가치와 의미를 창출하는 시대다. 지역 정서에 부합하는 문화 공간을 더욱 확대'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차원에서 볼 때도 토종에 대한 관심과 성원은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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