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동자 동의 없이 통장 발급, 불법 하도급 은폐"

민노총 대구본부 주장

민주노총 대구본부(이하 대구본부)는 23일 건설 노동자 명의로 본인 동의없이 수십여개의 통장과 신용카드가 발급돼 건설 현장의 불법 하도급 은폐용으로 통장이 개설·활용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구본부에 따르면 경북 예천의 한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곽모(52)씨는 지난해 말 발급 신청을 하지도 않은 N은행 신용카드가 집으로 배달돼 N 은행에 연락 한 결과 N 은행측은 "공사 현장에서 흔히 '십장'으로 불리는 시공책임자 O씨가 곽씨의 신분증 사본으로 통장과 신용카드를 발급했다"고 답변했다는 것.

놀란 곽씨는 민주노총 건설조합 대구경북지부에 민원을 제기했고 조사에 나선 대구본부는 곽씨뿐 아니라 동료 30여명 명의로 통장과 신용카드가 발급된 사실을 확인했다.

대구본부는 "O씨는 건설 현장과 관계가 없고 자신이 소속되지 않은 T건설의 이름을 빌려 한꺼번에 여러 개의 통장이 개설됐는데 이는 건설산업기본법이 금지하고 있는 시공참여자임을 숨기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공참여자 제도는 자금 부담 능력이 떨어지는 시공참여자가 도급 업체로부터 받은 현장 근로자의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거나 갖고 달아나는 등 임금 체불에 악용되는 경우가 많아 2008년 1월 건설산업기본법에서 폐지됐다.

대구본부 박성원 사무국장은 "시공참여자를 끌어들인 것도 문제지만 현장 노동자들의 통장 발급 동의도 없었다. 신변을 확보한 곽씨의 동료 17명 역시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면서 "일정 규모의 종업원이 있다면 임금 계좌 이체로는 한 사람에 여러 개의 통장을 만들 수 있지만 그 경우에도 통장 명의자의 동의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N은행이 본인 동의없이 신분증 사본과 도장만으로 통장과 신용카드를 발급한 것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금융감독원에 특별 감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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