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피겨 여왕' 김연아(20·고려대)가 세계 피겨팬들을 홀렸다. 경기장에서, TV를 통해 경기를 지켜본 피겨팬들은 하루가 지난 27일 오후까지 김연아의 환상적인 연기 얘기를 나누며 놀란 가슴을 달랬다.
26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 4분10초 동안 이어지던 '피아노 협주곡 F장조'가 끝나고 김연아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두 팔을 높이 쳐들자 경기장의 관중도, TV 시청자들도 넋을 잃고 놀라워 했다. 연기를 펼친 '피겨 여왕' 자신도 믿어지지 않는 듯 눈물을 터뜨렸다.
연이어 터진 환호성에 '피겨 여왕'은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손을 흔들어 감사를 표시했고, 1만5천여명의 관중들은 매혹적인 연기에 감탄하며 기립박수로 새로운 금메달리스트의 탄생을 축하했다.
김연아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에서 역대 최고기록(228.56점)으로 정상에 올랐다. 7세 때 처음 스케이트 부츠를 처음 신을 때부터 상상해온 '금메달의 꿈'을 14년 만에 달성한 것이다. 김연아의 금메달은 한국이 1968년 그르노블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에 처음 출전한 지 42년 만에 이룬 역사적인 쾌거다.
이날 김연아는 피겨 여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150.06점을 기록, 쇼트 프로그램 점수(78.50점)를 합쳐 역대 여자 싱글 최고점인 228.56점으로 '동갑내기' 아사다 마오(일본·205.50점)를 무려 23.06점 앞서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연아가 받은 프리 스케이팅 점수 150.06점은 지난해 10월 치러진 2009-20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기록한 역대 최고점(133.95점)을 16.11점이나 뛰어넘은 놀라운 기록이다.
김연아의 총점 역시 같은 대회에서 달성한 여자 싱글 역대 최고점(210.03 점)을 18.53점이나 뛰어넘은 새로운 기록이며 신채점제(뉴저지시스템) 도입 후 처음으로 220점대를 넘기는 신기원을 이뤘다.
한마디로 완벽한 연기였다. 미소 속에 피아노 선율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 김연아는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10점)에서 2점의 수행점수(GOE)를 챙기며 가뿐하게 출발했다. 첫 점프에 성공하는 순간 관중석에선 '아!'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어 트리플 플립(기본점 5.5점)까지 무려 1.8점의 GOE로 완벽하게 처리하자 '이미 승부는 끝났다'라는 분위기가 경기장에 퍼졌다.
긴장 속에 콤비네이션 스핀(레벨 4)과 스파이럴(레벨 4)을 마친 김연아는 '마(魔)의 3연속 점프 구간'까지 가산점 행진 속에 끝냈고, 스텝에 이어 마지막 점프 요소인 더블 악셀(기본점 3점)까지 깨끗하게 성공했다. 또 플라잉 싯스핀과 체인지 풋콤비네이션 스핀으로 환상의 연기를 끝냈다.
김연아는 금메달 확정 후 "많은 선수가 경기 후 흘리는 눈물을 보면서 어떤 느낌일까 생각했다. 난 오늘 경기가 끝나고 처음으로 울었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다. 너무 기뻤고 모든 게 끝났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기뻐했다.
시상대에서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김연아는 애국가를 따라부르다 감정이 북받치며 애써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한편 김연아와 함께 출전한 곽민정(16·수리고)은 자신의 역대 최고점(155.53점)을 기록하며 13위에 올라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빛낼 기대주로 이름을 올렸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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