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문 자연계 할것없이 '취업' 유리한 학과로 우르르…

자율전공부가 도입된 지 10년, 대학별 자율전공부 선호 학과가 뚜렷한 변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인문사회계열에서는 인문학의 몰락이 두드러진 반면 경영학이 인기를 얻고 있다. 자연과학계열에서는 공학계열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생명공학, 식품영양학 등 실전형 학과가 부상하고 있다.

학교별 자율전공부 선호 학과는 한결같이 취업에 유리하다는 특징이 있다. 학생들은 1학년 1년간 취업에 유리한 학과를 철저히 분석해 최종 전공 학과 선택을 결정한다.

◆대학별 인문사회계열 선호 학과

대학별 자율전공부 강세 학과는 취업에 유리한 학과라는 공통 분모가 있다. 지난해 경북대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호 학과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162명 가운데 75명(46.3%)이 경영학부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학부는 41명(25.3%)이었다. 70% 이상이 2개 학과에 집중됐다.

실제 배정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총 229명의 학생 중 94명이 경제통상학부, 54명이 경영학부, 42명이 행정학부에 지원했다. 전체 83%가 3개 학과에 쏠렸다.

2002년 학과 배정 지원 결과 경제통상학부 2명, 경영학부 55명, 행정학부 7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라 순수 인문사회학을 기피하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진 결과라는 분석.

영남대 경우 2008년 전공 배정에서 전체 222명 중 119명(53.6%)이 경제금융, 경영학, 국제통상 3개 학과에 몰렸다. 2009년엔 273명 중 169명(61.9%), 올해도 349명 중 216명(61.9%)이 지원했다.

계명대는 2006년부터 지금까지 경찰행정학과가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사회계열자율전공부 학생의 60% 안팎이 매년 이곳으로 진학한다. 대구가톨릭대는 사회복지학과가 강세다. 사회복지학과는 2006년부터 지금까지 경영학과와 선호 학과 1, 2위를 다투고 있다.

◆대학별 자연과학계열 선호 학과

자연과학계열 선호 학과 역시 '취업'이 결정한다. 경북대 최고 인기 학과는 단연 전자전기컴퓨터학부(전전컴). 지난 10년간 1위 자리를 빼앗긴 적이 없고, 올해 역시 선호도 조사에서 자연과학계열 236명 가운데 107명(45.3%)이 선택해 최고 인기 학과에 올랐다.

취업에 유리할 것이라 판단해 전전컴을 선택했다는 김보연(20·여·경북대 자연과학자율전공부)씨는 "선호 기업이 많고, 취업에 유리하다는 점 때문에 이곳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남대와 계명대는 기계·자동차공학이 줄곧 강세다. 영남대의 경우 기계공학부의 전통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되고 계명대는 남학생들의 자연자율전공이 많기 때문이라는 게 자체 분석. 의학전문대학원을 염두에 둔 생명공학의 강세도 마찬가지다. 실전형도 눈에 띈다. 영양사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딜 수 있는 식품영양학, 보건교사 가능성이 있는 공중보건학의 인기도 꾸준하다.

◆자율전공부는 취업전공학부?

자율전공부 학생들이 취업에 유리한 학과를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자율전공부가 취업학부로 전락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년간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적성에 맞는 학과를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는 당초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라 취업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상 학생들의 선택에 비난만 할 수도 없다는 분위기다.

경북대 자율전공부의 한 인문학 교수는 "1학년 때 자신의 적성에 맞는 학과를 찾기 위해 다양한 기회를 갖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순수 학문의 몰락은 우려스럽지만 취업을 위한 학생들의 선택에 누가 돌을 던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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