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문대학원이 '전공 쏠림' 주도…대학자율전공학부制 10년

매일신문, 선호도 변화 조사…생명공학부 가장 뜨고, 인문대 몰락

대학 전공 선택에서 순수학문의 몰락과 취업에 유리한 학과 강세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전문대학원이 학과 쏠림 현상을 주도하는 추세다. 본지가 자율전공부 도입 10년을 맞아 대구권 주요 4개 대학 2학년 전공 선택 변화를 조사한 결과 전문대학원 진학을 염두에 둔 전공 선택이 눈에 띄게 늘었다. 반면 순수 학문은 갈수록 외면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기사 3면

대학 입학 당시 인문, 자연계열로 나뉘는 자율전공부는 입학 후 1년간 기초학문을 접한 뒤 2학년 진학과 함께 실제 전공을 선택하는 학부라는 점에서 대학 인기학과의 변화 양상을 가장 잘 보여준다.

지난 10년간 경북대 자율전공부 자연과학계열 선호도 분석 결과 생명공학부 약진이 가장 두드러졌다. 2009년 초 선호도 조사에서 응답자 236명 가운데 71명(30.1%)이 생명공학부를 선택했다. 16명은 화학과를 지목했다.

10년 전 생명공학부와 화학과 인기는 시들했다. 생명공학부의 전신인 유전공학과에는 4명, 화학과에는 단 1명이 진학했다. 생명공학부와 화학부의 약진은 의학전문대학원 도입에 따른 것이다. 생명공학부는 2003년 66명이 진학해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린 뒤 매년 70명 안팎의 학생들이 진학하고 있다.

생명공학부 진학 경쟁률 또한 덩달아 높아졌다. 커트라인 학점이 4.3만점에 3.8점까지 치솟았다. 3.7점이 A학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커트라인이다.

지난해 경북대 자율전공부에 입학해 올해 생명공학부를 선택한 이수정(20·여)씨는 "지원자 상당수가 의학전문대학원이나 치의학전문대학원 시험을 미리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인문사회계열의 인문학은 '몰락'하고 있다. 경북대 자율전공부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2009년 초 선호도 조사에서 응답자 162명 가운데 겨우 15명(9.3%)이 영어영문학과를 선택했다. 2002년 188명의 응답자 중 49명이 선택해 1위를 차지한 것과 대조적이다. 당시 인문대는 84명(중문 23명, 국문 9명, 일문 3명)이 선택할 만큼 인기가 높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올해 인문대 지원자는 단 19명. 그나마 영어영문학에 15명이 몰렸고 나머지 10개 학과를 선택한 학생도 4명에 불과했다. 특히 철학과, 고고인류학과에는 2000년 자율전공부 도입 이후 단 1명도 지원하지 않았다.

영남대, 계명대, 대구가톨릭대 등 대구권 타 대학도 사정은 비슷하다. 2007년 자율전공부를 개설한 영남대에도 불어불문, 독어독문, 철학, 사학, 문화인류학과 지원자는 여태 단 1명도 없다. 2006년 개설한 계명대 역시 영어영문을 제외한 인문대 주요 학과 지원자는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2001년 개설한 대구가톨릭대는 최근 5년간(전체 1천9명) 인문학 지원자가 30명이 채 안됐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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