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잿빛 도시 대구, 컬러 없는 '컬러풀 대구'

외국인의 눈에도 대구는 '잿빛 도시'인 모양이다. 동대구역, 대구공항, 고속도로 나들목 등 대구의 관문을 비롯해 도심 주요 지역에 랜드마크는 없고 삭막한 콘크리트 숲만 뒤덮고 있다는 것이다. 누차 지적돼 온 문제지만 내국인이나 외국인이나 사람 눈은 다르지 않은 셈이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 2007년부터 아파트 단지 디자인 규정을 강화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내 동별 층수를 달리하고 하나의 동 안에서도 평면 형식을 다양화하도록 했다. 또 아파트 벽면의 30%는 발코니를 설치하지 못하도록 해 벽면 디자인 역시 다변화했다. 아파트 단지 구조가 획일화돼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터키 북서부에 있는 브루사 시는 과거 대구처럼 직물 산업이 발달한 섬유도시다. 하지만 브루사 염색공단의 공장들은 대구의 오피스 빌딩보다 외관이 화려하다. 성냥갑 모양의 공장 건물이 아니라 각양각색의 외관에다 외벽에 유리 타일까지 붙여 공장 건물인가 의심할 정도였다. 염색공단 특유의 악취도 풍기지 않았다.

반면 대구는 고속도로 나들목을 들어서면 고층 아파트 단지와 공장 굴뚝이 먼저 눈을 어지럽힌다. 어디 그뿐인가. 염색공단 등에서 내뿜는 악취까지 코를 자극한다. 대구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관문이 이처럼 삭막하고 특징이 없다면 대구에 대한 이미지가 좋을 수 없다.

게다가 범어네거리 등 대구의 랜드마크가 들어서야 할 자리마다 주상복합 아파트를 비롯한 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대구의 공간 구조는 삭막해졌고, 대구의 이미지는 회색 콘크리트 도시가 되고 말았다. 무분별한 건축 허가로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고층 아파트 단지는 바람길을 차단하는 또 다른 문제를 낳았다. 무계획적인 도시 공간 디자인이 빚은 참극인 셈이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각종 국제행사를 앞두고 대구시도 뒤늦게 염색공단의 폐수처리장 등을 복개하는 한편 경부고속철도 대구 도심 통과 구간에 대한 정비 등으로 대책을 세우고는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부족하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도시 디자인 개선 작업을 통해 대구의 경관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컬러풀 대구' 구호만으로 '컬러풀 도시'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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