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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깃꼬깃' 1천원권 30장…청각장애 80代 어르신 감동의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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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어려운 이웃위해 적십자회비로 써달라"

장영훈(오른쪽) 할아버지가 대한적십자사 봉사회 구미시지구협의회 송영신 회장에게 꼬깃꼬깃하게 접은 1천원권 30장을 적십자 특별회비로 기부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봉사회 구미시지구협의회 제공
장영훈(오른쪽) 할아버지가 대한적십자사 봉사회 구미시지구협의회 송영신 회장에게 꼬깃꼬깃하게 접은 1천원권 30장을 적십자 특별회비로 기부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봉사회 구미시지구협의회 제공

지난달 30일 구미시 원평1동에 있는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 서부봉사관 사무실에 거동이 불편한 80대 노인이 찾아 왔다. 지팡이에 의지해 걷기조차 힘들어 보이는 걸음걸이에 마른 체구, 덥수룩한 수염에 허름한 옷차림 등으로 미뤄 사무실 직원들은 도움을 요청하러온 것으로 지레짐작했다. 하지만 이 노인은 안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은 1천원권 30장(3만원)을 적십자 특별회비라며 대한적십자사 봉사회 구미시지구협의회 송영신 회장에게 내놓았다.

정성이 담긴 돈을 받은 송 회장은 순간 부끄러웠다. 간혹 사무실을 찾아와 막무가내로 도와달라고 떼를 쓰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탓에 이 노인 역시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고 넘겨짚었던 자신의 생각이 후회가 된 것이다.

찡한 마음에 송 회장은 이것저것 여쭤봤지만 노인은 대꾸조차 없이 자신의 청각장애 3급 복지카드를 내밀며 "나에겐 이 돈이 큰 돈이라오. 적십자를 통해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위해 기부해 주이소"라고 말했다. 구미시 신동에 사는 장영훈(82) 할아버지는 "먼길인데 어떻게 가시려고요"하며 걱정하는 봉사회 회원들의 말을 뒤로하고 사무실을 떠났다.

송 회장은 "이 어르신에겐 이 돈이 30만원, 아니 300만원도 넘는 큰 돈일 텐데 이렇게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기부하기로 생각한 그 마음이 존경스럽다"며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부봉사관 윤선옥 실장도 "인도주의 사업들을 실천하기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가구당 연간 6천원씩 부과되는 적십자회비조차 내지 않는 사람들이 수두룩한 요즘 어르신의 적십자 회비 기탁은 감동적인 사건"이라며 "따뜻한 나눔의 문화가 확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구미지역의 적십자회비 모금 실적은 2008년부터 올 들어까지 경북도 내 23개시·군 중 23위로 계속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09년 구미지역 적십자회비 목표 금액 12억8천889만원 중 납부 금액은 2억7천899만1천770원으로 21.64%의 모금률을, 올해는 15억8천674만8천원 중 3월말 현재 2억4천416만5천380원으로 15.38%의 모금률을 기록하고 있다.

구미·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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