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좋아서 만드는데 단골손님이 즐겨 찾아주시니 더욱 기쁘죠, 그러니 종일 주방에서 살지요."
안동 한정식의 대표격인 청록 한정식 주인 정미옥씨는 한정식집 운영이 직업이라기보다 취미 생활이다. 어릴 적부터 친정어머니 곁에서 일을 거들다가 아예 생활 자체가 음식 만들기가 됐다. 통 주방에서 나오지 않기 때문에 웬만한 단골이 아니면 이 집 주인 얼굴 보기가 힘들다. 그래서 얼굴 아는 이도 많지 않다. 정씨의 친정어머니는 요즘도 옛날 단골들이 잊지 않을 정도로 유명한 한정식집 '수성식당'을 안동역 앞에서 운영했다.
정씨는 처음 안동시내 웅부공원 뒤편에 '산하'라는 이름으로 한정식집을 냈다. 이후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사람들이 하도 '칼국수'를 찾아 칼국수집을 시작했는데, 당시 김규재 안동시장이 정통 안동식으로 다시 한정식집을 해 보라고 졸라(?)서 지금의 '청록'을 하게 됐다.
'콩가루 한말이면 열식구 보릿고개도 넘는다'는 말처럼 안동지방 서민들은 예부터 콩가루를 음식재료에 많이 썼다. 정씨는 콩국수를 시작으로 산나물 콩가루찜, 무시래기 콩가루국, 냉이 콩가루 무침 등 이 지방 '콩가루 음식'을 한정식의 기본 메뉴화하는 데도 기여했다는 평을 듣는다.
"40여년을 한식에 빠져 살다 보니 이제는 '더 늙어서 힘이 빠져 이 일을 못하면 어쩌나' 하는 막연한 걱정이 들기도 해요. 건강이 닿는 한 열심히 해야지요."
정씨는 주방에서 같이 일하며 한식을 열심히 배우는 며느리가 너무 예쁘다. 또 손님들에게 자신이 만든 음식을 나르며 항상 친절하게 안동음식 이야기를 들려 주는 이명숙씨와 서정애씨도 이 집이 유명해지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고 칭찬했다.
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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