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로자 200명이 넘는 대구 달서구의 한 제조업체. 50인 이상 상시근로자 사업체는 전체 인원의 2%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하지만 이곳에는 장애인 근로자가 단 한 명도 없다.
장애인 고용 대신 미채용 인원 한명당 매월 51만원을 미고용 부담금으로 내고 있다. 내년까지는 50%를 감면해 줘 연간 1천여만원을 장애인고용공단에 내고 있지만 2012년부터는 2천만원이 넘는 부담금을 내야 한다.
회사 관계자는 "고용 부담금이 만만찮지만 현실적으로 장애인을 고용하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세상은 '장애가 문제 되지 않는다'고 외치고 있지만 정작 장애인들은 이 말을 절대 믿지 않습니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청각장애인 신모(32)씨는 전자·전산과 관련된 곳이라면 어디든 가려고 했다. 하지만 너무 순진한 생각이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지난해 지역의 한 대학교를 졸업한 장애인 55명 중 취업한 이는 30명. 이 중 6명만 정규직으로 입사했다. 그러나 1, 2급 중증장애인 중 일반기업에 정규직으로 들어간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취업 장애인 중 절반인 14명은 장애인 관련 사회복지기관이나 단체에 들어갔다.
장애인 고용 정책이 변죽만 울리고 있다. 현행법상 장애인 고용 의무화 사업체 상당수가 장애인 고용 대신 '미고용 부담금'으로 대신하고 있다. 공공기관도 장애인 고용을 생색내기용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중증장애인 고용은 외면하면서 일반인과 다름없는 경증장애인만 고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르면 50인 이상 상시근로자를 둔 사업체는 전체 인원의 2%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하고, 100인 이상 사업체는 장애인 미고용시'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이 지난해 7월 내놓은 '사업체 장애인 고용 실태조사(2008년 기준)'에 따르면, 고용의무사업체 2만4천415곳 중 장애인을 고용한 사업체는 1만4천877곳(60.9%)이었다. 하지만 의무 기준(2%) 이상 고용하고 있는 사업체는 6천713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8천164곳은 장애인고용 부담금을 내면서 장애인을 고용하거나 아예 고용하지 않고 있다. 반면 고용의무사업체 중 의무비율 이상을 고용해 장애인 고용 장려금을 받고 있는 곳은 2007년 말 기준 12.6%에 불과했다.
특히 대구의 장애인 고용사업체 비율은 4.3%로 광주 3.6%, 서울 4.1%에 이어 전국에서 세번째로 낮았다. 전체 6만2천394곳 중 2천954곳에서 7천366명의 장애인을 고용하는 데 그쳤다. 경북은 5만4천142곳 중 2천740곳(5.1%)에서 6천981명을 고용했다.
장애인 미고용업체들은 장애인 재활, 치료 등을 위한 근무시간 변경 및 조정과 편의 제공에도 인색하다. 또 장애인을 고용했다가 사고가 나면 책임이 돌아올까 염려하고 있다. 상당수 사업주들은 "장애인 고용은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시설 투자가 문제"라고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하지만 중증장애인들은 일반 기업 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소수지만 취업에 성공한 사례가 있어 이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적 장벽은 높기만 하다.
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이 200인 이상 장애인 미고용사업체를 대상으로 이유를 조사한 결과 '근무 중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다'(29.2%)는 이유가 가장 많았다. '인력부서(장) 또는 동료 근로자들의 채용반대'도 20.8%나 됐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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