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00자 읽기] 위대한 표본책(이승주 시집/서정시학 펴냄)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책 중에서도 시집을 접하려는 사람들은 더군다나 적을 것이다. 그러나 책을 더 많이 읽고, 특히 시를 더 많이 읽는다면 생활에 지친 이들은 닫혔던 감성이 열리고 멋진 언어를 구사하게 되며 가치관이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는 놀라운 경험까지 할 수 있을 것이다.

너무 눈부셔서 비눗방울을 잡을 수가 없다/아이들의 입바람으로/양수막을 열고 햇살 속으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커다란 몸집이 좀 무거워/잠시 주춤, 중심을 잡아 가볍게 둥실 오르는/비눗방울들 저 황홀한 우주의 탄생/저것은 수성, 저것은 화성, 저것은 금성, 저것은 토성, 저것은 커다란 목성''' '''/(중략)/꿈꾸듯 나도/나의 별들을 불고 싶다(비눗방울). 비눗방울은 동화적 상상력에 의해 아름다운 태양계의 행성으로 변형되고 아름다운 것들은 잡을 수 없거나 붙잡으려 하면 안 된다는 잠언을 이끌어낸다. 이승주 시인이 자신의 세 번째 시집을 펴냈다. 대구 태생으로 경북대 국어교육과 출신의 시인은 1995년 등단했으며 현재 고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유종호 문학평론가는 "서정의 재귀적 원리를 구현하면서 우리 시대의 언어 과잉 혹은 반서정의 파도 속을 헤집고 나아가는 전위"라고 평했다. 117쪽, 9천원.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