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경북 군위군 군위읍 서부리. 군위IC를 지난 지 채 몇 분도 되지 않아 장욱(56) 한나라당 군위군수 선거 예비후보 사무실이 나타났다. 약 200m쯤 뒤 무소속 김영만(58) 예비후보 캠프도 보였다. 군위군수 선거의 양대 후보다. 두 후보는 "이미 본선 싸움에 돌입했다"고 입을 모았다.
두 후보의 경력은 비교가 어렵다. 둘 다 경북도의원 출신. 군위군 축구협회 전·현 회장, 한명은 군위군 교육발전위원회 이사이고, 한명은 개발추진위원회 위원. 그 밖에도 비슷한 경력의 나열이다. '경력 싸움'은 불가능해 보였다. 장 후보는 '힘 있는 한나라당 능력있는 장욱'이 박힌 명함을 건넸고, 김 후보는 '준비된 큰 일꾼 군위 자존심'을 내밀었다. 다만 장 후보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특별보좌역 시절 함께 찍은 사진을 명함 2개에 박아 3장의 명함을 마련했다.
평온해 보이는 마을의 수면 아래는 실체 없는 소문이 끼어 있었다. 장 후보가 선거사무실 개소를 한 나흘 뒤인 지난달 17일 새벽. 장 후보 사무실 주위에 병풍처럼 놓여있던 화환 수십개가 모조리 쓰러졌다. 다음 날부터 음해성 소문이 마을을 덮었다. '김 후보 측이 자행했다', '장 후보 측에 내분이 일었다' 등등 소문은 꼬리를 물었고 이리저리 커지고 있었다. 두 후보의 신경전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무소속 김 후보는 "매일 군위군 전체를 두 바퀴씩 돈다"며 "인구 수십, 수만의 대도시는 '당' 밖에 선택권이 없지만 여기는 2만5천명의 작은 군이어서 '사람에 대한 평가'는 이미 나와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경북도의회 농수산위원장' 경험을 얘기하며 "농민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한나라당 장 후보는 벌써 토론회 준비에까지 들어갔다. 그는 "군위군의 첫 번째 과제는 갈라진 민심을 메우는 것"이라며 "지역 화합을 위해 내 사람, 네 사람 가리지 않고 안고 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은 선거가 더 어렵다"며 긴장을 끈을 놓지 않았다. 둘은 경력만큼이나 팽팽하게 상대방을 겨눴다.
관전 포인트는 두 후보 등 뒤에 누가 서 있으냐이다. 장 후보는 지난 총선 때 정해걸 국회의원을 도왔다. "뼛속까지 친박"이라는 장 후보는 그래서 지역구 국회의원이 받치고 있다. 당 조직이 든든하다. 경북도당이 군위군을 '관리 지역'으로 집중 지원할 방침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후보도 만만찮다. 3선 임기를 마치는 박영언 현 군위군수가 알게 모르게 병풍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군수는 지난 총선 때 한나라당 김동호 변호사를 지원하면서 정 의원과 각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3선 박 군수 피로감'도 무시할 수는 없다.
농촌은 무엇보다 혈연과 문중으로 똘똘 뭉친다. 장 후보는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홍진규 광역의원 후보, 홍순효 기초의원 후보가 '홍씨 문중'으로 (자신이)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읍내 출신인 김 후보는 "조상 대대로 400년 가까이 여기 살았다. 점은 안 친다. 오로지 공격"이라고 했다.
경력도 배경도 비슷한 인물의 2파전이 관심을 끌고 있다. 9천표 이상이면 당선이란 얘기가 나온다.
군위·이희대기자 hdlee@msnet.co.kr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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