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디지털 황혼] 어르신 스마트폰족

"새로운 세상을 만났죠"

최영민(72'대구 대신동)씨는 요즘 아이폰으로 흘러간 가요를 내려받아 듣거나 뉴스를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특히 YTN과 MBN을 통해 천안함 사태 속보를 실시간 접하고 있다. 그가 아이폰을 구입한 것은 두달 전이다. "배터리 수명이 다 돼 휴대전화를 바꾸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함께 살고 있는 큰 아들이 아이폰 이야기를 꺼내더라고요. 컴퓨터도 웬만큼 다룰 줄 아니까 아이폰도 쓰는데 무리가 없을 것 같아 구입하게 됐습니다."

최씨의 아이폰은 친구들 사이에 부러움과 시샘의 대상이 되고 있다. "멋있다. 앞서간다. 나이 먹은 사람도 젊은 사람들 하는 것 해봐야 한다"는 긍정적인 반응과 "전화는 걸고 받는 기능만 있으면 되는데 골치 아프게 복잡한 것 왜 샀냐"는 부정적인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는 것. 이상한 것 다운받아 보려고 산 게 아니냐는 오해도 받았다고 한다.

아이폰을 다루는 최씨의 솜씨는 나이를 무색하게 한다. 손가락 터치로 화면을 이리 저리 돌리고 앱스토어에서 자료를 내려받는 손놀림이 막힘이 없고 어색하지 않다. 바탕화면은 다섯살짜리 귀여운 손녀 사진으로 장식돼 있다. 직접 사진을 찍은 뒤 바탕화면으로 설정해 놓은 것이다.

아이폰에는 손자'손녀뿐 아니라 새벽마다 운동을 나가는 달성공원 풍경과 친구들 사진이 가득 저장돼 있다. 친구들 사진은 자신에게 전화를 걸면 친구 얼굴이 휴대전화 화면에 나타나도록 하기 위해 찍어둔 것이다.

"기존 휴대전화와 사용법이 다르고 터치도 익숙하지 않아 처음에는 애를 좀 먹었습니다. 사용하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아들에게 물어 보면서 기능을 하나씩 익혔습니다. 지금도 기능을 익히고 있는 중입니다." 그는 아이폰 기능의 반도 익히지 못한 상태지만 사용하는데 어려움은 없다고 했다. 오히려 문자 보내는 법, 앱스토어 사용법 등 기본적인 기능을 익히고 나니 아이폰이 편한 존재가 됐다는 것.

"저장된 전화번호를 찾는 데는 메뉴를 눌러 찾아 들어가는 휴대전화보다 아이폰이 훨씬 편리합니다. 사진 또는 각종 안내문을 찍은 뒤 확대해 볼 수 있는 기능은 시력이 좋지 않은 저 같은 사람에게 아주 유용합니다. 아이폰 기능을 다 익히려면 한도 없는 것 같습니다. 내 나이에 맞게 기능을 익히고 사용하니까 크게 불편한 점은 없습니다. 한가지 부담되는 건 앱스토어에 유료가 많아 이것 저것 다운받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휴대전화 요금이 예전보다 두배 정도 많이 나옵니다."

지난해 말까지 인쇄업을 했던 최씨는 일손을 놓은 뒤 평소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하며 인생을 즐기고 있다. "젊었을 때는 먹고 살기 바빠서 책도 마음대로 읽지 못했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구도 있었는데 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요즘 거의 매일 서점에 들른다. 신간을 훑어보고 구입하기 위해서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10'26 사건을 다룬 장편소설 '1026'(김진명 저)이다. 얼마 전에는 베스트셀러 소설 '덕혜옹주'(권비영 저)를 읽었다. 시간이 나면 교외로 나가 수묵화도 그린다.

"최근 권비영 작가와의 간담회에 다녀왔는데 어느 행사장에 가도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 찾기가 힘듭니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노년 생활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젊게 산다는 것은 별난 게 아닙니다. 이 나이에 두려운 게 뭐가 있겠습니까. 무엇이든 해봐야 합니다. 필요하면 젊은 사람들 속으로도 들어가야 합니다. 마음 자세를 바꿔야 노년을 젊게 보낼 수 있습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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