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3시 대구 달서대로변 자전거 전용도로. 달서구 신당네거리 도시철도 2호선 계명대역에서 신분증을 내고 자전거를 빌려 3번 출구 인근부터 대천교까지 왕복 7.5㎞를 달려봤다. 인도 바로 옆에 차도와 화단으로 분리된 자전거 전용도로는 시원스레 뻗어 있었다.
하지만 자전거 타는 즐거움도 잠시뿐, 모다아울렛 버스정류장부터 더 이상 자전거를 몰기 어려웠다. 자전거 전용도로 진입 구간이 불법주차 차량에 의해 점령돼 버린 것. 어쩔 수 없이 자전거에서 내려 주차된 차 사이를 억지로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달서대로의 자전거 전용도로가 주말·공휴일마다 주차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모다아울렛을 비롯한 주변 상가 쇼핑객들의 불법주차 차량이 자전거 전용도로를 점령하고 있지만 단속은 전무하다. 자전거 운전자들은"도로 개설도 좋지만 제대로 관리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구시와 달서구청은 지난해 11월 사업비 29억원을 들여 10차로의 달서대로를 8차로로 줄이고 왕복 7.5㎞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건설했다. 그러나 모다아울렛 주변 자전거 전용도로 150여m 구간엔 주말과 공휴일마다 쇼핑객 차량이 밀고 들어와 불법주차하는 바람에 자전거가 지나갈 틈이 없는 상황이다.
헬멧과 장갑, 옷을 갖춰 입고 자전거를 타던 김정현(38)씨는 이 구간에서 아예 차로로 자전거를 몰았다. 김씨는 "나도 차를 몰지만 최소한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곳은 차량들이 빠지며 자전거 전용도로가 뚫리는가 싶으면 이내 다른 차량들이 밀고 들어왔다. 자전거와 차 사이를 헤치며 횡단보도를 건너야 했던 보행자들도 눈살을 찌푸렸다. 주말이면 자전거로 이 도로를 달린다는 박대유(47), 김정순(44)씨 부부는 "얌체 차량들도 한심하지만 큰 돈을 들여 자전거 전용도로를 건설해놓고도 관리 감독에 손을 놓는 행정기관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맑고푸른대구21추진협의회 정현수 사무처장은 "행정기관들이 꾸준히 관리하지 못하면 자전거 도로는 제 구실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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