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입양의 날' 위탁모 하다 막내 맞은 박준기·이정연씨 부부

가슴으로 낳은 '사랑' 가슴 가득 품었죠

10일 오후 위탁모를 하다 만난 아이를 입양한 이정연씨가 입양한 지 9개월 된 아들 성현이를 안고 행복해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10일 오후 위탁모를 하다 만난 아이를 입양한 이정연씨가 입양한 지 9개월 된 아들 성현이를 안고 행복해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10일 오후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박준기(52)·이정연(48·여)씨 부부는 두 돌이 다가오는 막내아들 성현이를 볼 때마다 '금쪽'이라는 말을 새삼 곱씹는다.

지난해 8월 말 생후 14개월 된 성현이를 입양해 키우면서 집안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보람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위탁모로 나섰다가 성현이를 만났고 해외입양이 결정돼 입양 날짜만 기다리던 성현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이씨는 지난해 4월 위탁모를 하려고 대구의 한 입양기관을 찾았다. 그는 입양을 앞둔 아기를 최소 1개월에서 길면 5개월 이상 함께 살며 돌봐야 한다는 점에 마음이 끌렸다.

성현이와의 인연은 위탁모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맺어졌다. 교육차 위탁모 가정을 방문해 처음으로 받아 안은 아기가 성현이었다. 이씨를 더 놀라게 한 것은 지난해 5월 초쯤 교육을 마치고 위탁모로서 처음 맡게 된 아기가 또다시 성현이었다는 것.

이씨가 성현이를 데리고 집으로 오자 집안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무뚝뚝하던 남편 박씨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고 장성한 두 아들도 성현이의 재롱에 푹 빠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온가족이 성현이를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성현이가 가족과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올수록 '우리 가족이나 마찬가지인데'라는 생각을 가진 건 박씨 부부만이 아니었다. 28세, 20세의 두 아들도 마찬가지였다. 가족들은 성현이를 서로를 끌어당기는 자석처럼 여겼다.

결국 가족회의를 열었고, 결단을 내렸다. 박씨는 "물려줄 재산이 많은 것도 아니지만 성현이 몫도 유산에 포함시키고, 만에 하나 부부에게 사고가 나더라도 막내 동생으로서 성현이의 미래를 책임질 것을 장성한 아들들과 약속했다"고 말했다.

평소 독실한 불교신자라는 부부는 '인연'을 강조했다. 박씨 부부는 "성현이가 우리 가족과 인연을 맺었기에 가족의 일원이 됐다"고 말했다.

박씨 부부 역시 입양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친구들과 가까운 지인들에게만 입양 사실을 알렸을 뿐이다. 입양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은 것은 '성현이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 박씨는 "언젠가는 알게 될 입양 사실을 갑작스럽게 털어놓지 않고 어린 시절부터 '사랑'을 강조하며 조금씩 풀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입양기관 관계자는 "위탁모가 직접 아기를 입양한 경우는 드문 경우"라며 "이씨의 경우 장성한 아들이 둘이나 있고, 위탁모로서 첫 활동에 입양을 결정한 점 등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전했다.

박씨 부부는 "아이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아이를 키우며 얻는 기쁨과 비교할 수 없다"며 "성현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여 함께 살아가는 데 추호의 후회도 없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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