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광역 및 기초단체장 후보들이 속속 확정되면서 특정 후보에 대한 공무원들의 줄서기와 선거개입 행위 등 불·탈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시장·군수가 공무원들의 승진과 보직 이동은 물론 출연기관장 인사권까지 쥐고 있는 등 사실상 지역의 '소통령'으로 군림함에 따라 공직자들이 선거 중립 의무를 어기고 유력 후보를 위한 선거 운동에 휩쓸려 지방자치의 뿌리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줄서기·편 가르기 극성
경산시 선관위는 최근 유권자들이 다수 참석한 자리에서 특정 인사가 당선돼야 한다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한 혐의로 경산지역 면장 2명에 대해 경고조치했다. 또 포항시 남구선관위는 이달 1일 경로잔치 때 축사를 한 A구청장이 '포항시장과 시의원 등 한나라당 공천자들을 거명하며 도와달라는 발언을 했다'는 신고를 받고 조사해 A구청장을 경고조치했다. 포항시 6급 공무원은 최근 근무시간 중에 경북도교육의원 예비후보인 친형의 홍보 명함을 주민들에게 돌리다가 현장에서 선관위에 적발됐다.
이같이 공무원들의 유력 후보에 대한 줄서기가 극성을 부리는 것은 단체장이 가진 막강한 인사권 때문. 실제 전국공무원노조에 따르면 최근 공무원 5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7%가 줄서기 관행을 목격했거나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응답자들이 밝힌 줄서기 유형은 고위직 친인척의 선거운동 개입(45%), 조직 동원(29%), 선거기획 참여(18%), 금품 제공(8%) 순이었다. 동료 공무원이 줄서기를 잘하거나 잘못해 승진과 보직이동 등 인사상 이익·불이익을 당했다고 응답한 비율도 60%에 달했다.
여기에다 공직사회 일부에서는 현직 단체장이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하자 공무원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현 단체장과 공천자의 틈바구니에서 눈치를 살피고 있다.
문경시의 경우 현 시장과 한나라당 공천자가 경합을 벌이고 있는데다 현 시장이 변호사 비용 대납 등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어 공무원들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문경시청 한 공무원은 "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가 어떻게 결론이 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일상적인 업무는 보고 있지만 주민 간 갈등의 소지가 있거나 민감한 민원사항은 일단 보류하고 있다"고 했다.
◆선관위, 공무원 불·탈법 행위 엄단
선거관리위원회는 공무원들의 선거 개입이 노골화됨에 따라 선거법을 위반하는 공무원 색출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선관위에 따르면 선거를 앞두고 유력 후보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일부 공무원들이 모임 등 공식 석상에 나가 해당 후보 당선의 필연성을 주장하는 등 불·탈법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 이들이 '돌출 행동'을 하는 것은 혹시나 선관위로부터 한번쯤 '경고'를 받고 나면 '영광의 상처'로 남아 해당 후보자 당선 후 승진과 인사 이동 등에서 덕을 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 같은 '해바라기 공무원' 경우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을 당해 공직을 중도에 그만둬야 할 정도의 불·탈법은 절대 저지르지 않는다는 게 선관위 분석이다. 경고만 받으면 두번 다시 특정 후보 지지발언 등 불·탈법 행위를 저지르지 않는 게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 선관위는 이를 막기 위해 공무원은 물론 특히 읍·면·동장 등 일선에서 주민들과 접촉이 잦은 인사들을 대상으로 철저한 감시·감독을 펴고 있다.
경산·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포항·강병서기자 kbs@msnet.co.kr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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