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엄원태의 시와 함께(38)] 덫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박이화

★ 덫 / 박이화

자고 일어나니 정원 한 구석에

새의 깃털이 비명처럼 어지럽게 흩어져있다

아마도 살찐 비둘기 한 마리

도둑고양이의 기습을 받았을 터이다

밥이 덫이 되는 현장에서

날개는 더 이상 날개가 되어주지 못한 채

도리어 적의 커다란 표적이 되었을 것이다

미루어 보아

새는 한 움큼의 깃털을 버리고서야 간신히 살아남았겠지만

상처 입은 날개로 더 이상 새가 아닌 채로

살아갈지 모를 일이다

날아야 하는데 날아주지 못하는 날개는

누구에게나 있다

언제 어디서 찢긴지도 모른 채

허공을 향해 단 한 번 퍼덕여 보지도 못했던 검은 그림자,

그 슬픈 반쪽의 날개라면 이미 내게도 있다

결국 우리는 모두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밥이며 덫인 것일까?

그래서 내 손을 탄 나무들

자꾸 시들어 갔는지 모르겠다

가까이 가면 갈수록

꽃들이 바르르 진저리쳤는지 모르겠다

내 안의 이 속일 수 없는 짐승의 냄새 때문에

때때로 마음이 그토록 버둥대며 안간힘 쓰며

나를 벗어나려 몸부림쳤는지 모르겠다

------------------------

대저 "상처 입은 날개로 더 이상 새가 아닌 채로/ 살아"가야 하는 존재가 어찌 도둑고양이의 습격을 받은 "살찐 비둘기 한 마리"뿐이겠습니까. 속진(俗塵) 세상이 다 "밥이 덫이 되는 현장"일 테지요. "날아야 하는데 날아주지 못하는" "그 슬픈 반쪽의 날개라면 이미 내게도 있"습니다. 우리 안의 이 "속일 수 없는 짐승의 냄새"를 들여다보며 성찰케 하는 저력이 이처럼 좋은 시에 있으니, 우리는 밤을 새워가며 한 편의 시를 쓰기 위해 "때때로 마음이 그토록 버둥대며 안간힘 쓰"고 있습니다, 그려.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성추행 의혹 관련 탄원서 논란 속에 지명 20일 만에 자진 사퇴하면서 이재명 정부의...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배우 변우석이 과도한 사생활 침해에 대해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소속사 바로엔터테인먼트는 아티스트의 안전과 사생활 보호를 위해 공식 스케줄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러시아 올리가르히 우마르 크렘레프에게서 받은 결혼식 축하 비용을 돌려줬다고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