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휘청이는 상황에 대북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국내 증시가 나락으로 빠졌다. 특히 외국인 매도세가 두드러지면서 반등할 힘조차 없는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조정 국면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외국인의 '팔자' 행렬이 단기적 현상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내외 위기가 해결 국면에 접어들면 주가 수준이 낮고 재정건전성이 양호한 국내 시장의 매력이 다시 부각된다는 것이 이유다.
◆외국인 매도세 당분간 계속될 듯
증시를 뒤흔든 가장 큰 원인은 외국인의 '셀 코리아' 움직임이다.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3천900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달 들어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5조2천799억원에 달한다. 이달 들어 순매수한 날은 11일과 13일로 각각 154억원과 674억원에 그쳤다.
외국인의 '팔자'세가 이어지는 데는 유럽의 재정악화가 가장 큰 작용을 했다. 유로화 가치의 하락과 달러 가치의 상승이 환율 상승과 외국인 매도세로 연결되고 있는 것. 더구나 한반도의 긴장 상태까지 장기화될 경우 외국인 자금이 더욱 급격하게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다. 국내보다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북한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심리적 악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주가가 반등하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국내 증시의 궤적은 외국인 매매 동향과 밀접한 상관 관계를 가진다"며 "유로화 약세와 함께 글로벌 경기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감마저 팽배해진 상태에서 주식형 펀드 신규자금 유입은 제한적이고 연기금도 안전판 역할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국인 매도세가 장기화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외국인의 매도 공세는 이달 17일 7천639억원 이후 18일 4천200억원, 19일 6천억원을 기록했지만 20일에는 순매도규모가 3천억원대로 줄었다. 따라서 국내 증시의 저평가 매력과 단단한 경기 펀더멘털 등 투자 심리가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그러나 예전 같은 적극적인 시장 참여가 될지는 미지수다. 유수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시장에 대한 불신이 투자심리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는 면에서 당분간 외국인의 매도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유로화 반등이나 리보금리 안정까지 외국인의 적극적인 순매수는 유보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기 신한투자금융 대구지점장은 "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어서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워낙 대내외 변수가 겹쳐 있어 외국인이 돌아올 시점을 섣불리 판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악재 겹친 금융시장 혼란
20일 국내 금융시장은 심리적 악재가 겹치며 고개를 숙였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계속된데다 천안함 사태와 관련, 북한이 '전면전'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금융시장이 요동친 것.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29.90포인트(1.83%) 내린 1,600.18에 마감했다. 천안함 침몰 원인으로 북한의 어뢰공격이 지목됐을 때도 동요하지 않던 증시는 북한의 강경 대응 발언이 전해지며 장중 한때 1,591선까지 밀리는 등 크게 흔들렸다. 코스닥지수도 19.39p(3.87%)가 빠지며 481에서 장을 마감했다.
달러값은 이날 오후 들어 크게 상승하면서 29원 오른 1,194원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이 급등하자 외국인의 매도세가 더욱 강해졌고, 코스피지수는 속절없이 내려앉았다. 아시아권 증시도 일제히 급락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1.54%, 대만 가권지수는 1.78%, 중국 상하이지수도 1.23% 떨어졌다. 부도위험도를 나타내는 한국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전날보다 11bp 오른 128bp에 거래됐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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