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맞으면 당연, 틀리면 몰매" 여론조사 얼마나 믿을수 있나

대구시 남구 대명역 인근에 위치한 에이스 리서치 전화 면접원들이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대구시 남구 대명역 인근에 위치한 에이스 리서치 전화 면접원들이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정치와 여론조사를 악어와 악어새에 빗댈 수 있을까?'

정치가 있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여론조사 기관이 존재할 수 있다. 반대로 여론조사가 있기 때문에 정치는 미리 판세를 분석하고 당선 가능성, 향후 대책 등을 내다볼 수 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은 분명하다.

그 관계에 있어 '악어와 악어새'와 다른 점이 있다면 항상 평화롭지 못하고 서로 이해관계에 따라 불신하기도 하고 샘플이 잘못됐다는 등 불평·불만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유권자들 역시 여론조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뭔가 꿍꿍속이 있다' '누구의 대세론을 만들려고 하나' '특정 후보를 죽이려 한다'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 등 불신의 화살을 쏘아댄다.

대구시 전체 인구에서 샘플 1천명을 연령대·성별·지역별로 같은 비율을 뽑아서 여론조사를 실시한다면 표본오차는 최대 6.2%. 사회과학적 조사방법론에 입각할 때 이론적으로 정확하게 나온다. 하지만 이를 두고 왜 이런 갑론을박이 일어날까? 실제 여론조사의 세계는 어떤 지 한번 들여다보자.

◆여론조사도 고무줄, 아전인수식 해석

여론조사를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한다면 표본오차가 이렇게 날 수는 없다. 공신력이 떨어지는 여론조사 기관이 많이 늘어나고, 연령별·성별·지역별 균형을 무시한 ARS(자동응답시스템) 등으로 손쉽게 여론조사를 하다 보니 편파·편중적인 결과가 양산되는 것.

이번 지방선거전에서 여야가 대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수도권 지역 단체장 선거 여론조사는 천차만별로 나타나고 있다. 인천시장의 경우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가 앞선다는 기관이 많지만 몇몇 기관에서는 민주당 송영길 후보가 앞선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도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가 앞선다는 기관이 많은 가운데 양자대결일 경우 유시민 후보가 승리한다고 발표한 기관도 있다. 후보간 지지율 차이가 심한 경우 15~20%까지 차이를 보이고 있어 어느 결과를 신뢰해야 할 지도 의문인 상황이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최근 일부 언론사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여당 후보가 많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자 지난해 10월 재보궐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보라고 했다. 우 대변인은 "수원 장안의 이찬열 후보가 24%나 뒤진다고 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7% 차이로 이겼으며, 경남 양산의 송인배 후보는 한나라당 박희태 후보와 30%나 차이가 난다고 했는데 실제는 3% 차이로 석패했다"며 왜곡된 여론조사 결과를 불량제품에 비유하며 비판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런 결과에 대해 여론조사 기관의 신뢰도와 질문방식 등에 따라 조사 결과가 상당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에는 야당 성향의 표들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여론조사가 힘든 점도 있다. 일부 유권자들은 일부러 골탕을 먹이려고 여론조사에 자신의 속내와 반대로 얘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조사 방식의 차이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의견도 많다. ARS 조사는 상대적으로 답변 유보층이 적고, 야당 성향 유권자의 답변 부담이 덜할 반면 전화 조사원을 통한 면접조사는 ARS보다 응답률은 높으나 답변 유보층이 많다는 약점이 있는 것.

◆공신력 있는 기관과 휴대폰 전화조사

영세한 여론조사 기관이 난립하고 여론조사로 인한 각종 폐해들이 잇따르자 여론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이 다양한 루트를 통해 논의되고 있다. 여러 의견들 가운데 보수·진보 진영 모두 인정할 만한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 기관 등장과 휴대폰 조사방법 법적 허용이 눈길을 끈다.

현재 KORA(한국여론조사협회)에는 30곳의 여론조사 기관이 가입돼 있다. 이들은 최신의 여론조사 샘플을 공동 구매해 사용하며 회원사에서 회비를 거둬 운영되고 있다. 이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전통을 자랑하는 한국갤럽마저도 확실한 공신력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진보 진영에서는 한때 여론조사의 대부로 불린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그림자가 아직도 드러워져 있다고 여기고 있다. 또 진보적 색채를 지난 영세한 여론조사 기관의 경우 보수 진영으로부터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KORA 회원사 중 한곳인 에이스 리서치 조재목 대표는 "여론조사는 과학적 도구로 상식 수준의 여론을 확인 또는 검증하는 것"이라며 "선거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변수들을 모두 담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부정한 의도가 없다면 여론을 가장 정확하고 과학적으로 알아보는 방법"이라고 역설했다.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휴대폰 조사 방식 도입도 해결해야 할 문제. 휴대폰이 생활필수품이 된 상황에서 유선전화를 통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반영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젊은층의 의견을 듣기 위해 밤늦게까지 기다려 전화 연결을 시도하지만 여의치 않을 때가 많아 젊은층 비율을 줄여서 발표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40, 50대 주부들은 집에 있는 경우가 많아 유선전화를 통한 조사가 어렵지 않지만 그 외에는 현실적으로 유선전화 연결이 쉽지 않아 휴대폰 조사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

휴대폰 조사방식 도입을 위해서는 난제가 있다. 현재는 개인 사생활 및 비밀보호를 위해 휴대폰 번호를 알려줄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에 법적·제도적 보완을 통해 휴대폰 소유자 명부를 여론조사 기관에 일괄적으로 주고, 본인의 허락을 얻은 뒤 여론조사를 하도록 만드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의 한 관계자는 "요즘 젊은층은 아예 집 전화를 쓰지를 않는다"며 "보다 정확하고 응답률 높은 휴대폰 조사방식을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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