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드컵 카운트다운… 붉은 계절, 정열의 옷으로 갈아입자

(사진 출처=붉은 악마 공식 사이트)
(사진 출처=붉은 악마 공식 사이트)

붉은 악마가 4년 만에 다시 바빠졌다. 남아공월드컵이 2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회원 수가 급증하고 주위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붉은 악마 대구지회 김은희 회장은 "평소에는 회원 가입이 뜸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하루에 10명 이상의 신규 회원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붉은 악마들은 2002년 감동을 재현하기 위해 벌써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기대되는 응원전

붉은 악마의 상징은 뭐니뭐니해도 응원이다. 이번 남아공월드컵의 전반적인 응원 방식은 2006년 독일월드컵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붉은 악마 측은 평소 국가대표 예선전이나 평가전 등에서 보였던 응원 방식을 그대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응원 구호와 응원가가 추가돼 좀 더 다양해진다고 할 수 있다. 응원 구호는 기존 10개 정도에다 '딴딴딴~한국, 딴딴딴~한국'이라는 구호가 새롭게 만들어졌다. 응원가도 기존 30곡 정도에다 최근 TV CF를 통해 많이 알려진 '오~대한민국~승리의 함성'으로 시작하는 '승리의 함성' 외 3곡이 추가됐다. 응원 구호나 응원가는 붉은 악마 공식 홈페이지(www.reddevil.or.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붉은 악마는 조만간 응원 구호 등을 담은 동영상을 만들어 홈페이지에 올릴 예정이다.

대구경북 붉은 악마의 길거리 응원은 한국전 3경기 모두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다. 2006년 독일월드컵 한국과 토고전 때는 범어네거리에서 벌이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도로를 막는 응원은 하지 않을 예정이다. 김 지회장은 "첫 경기인 그리스전이 오후 8시 30분에 열리는데 그 시간에 과거처럼 길을 다 막고 응원을 펼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며 "시내 중심가인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이나 대구시민운동장 등도 응원 장소로 고려했지만 장소가 너무 협소해 배제했다"고 말했다. 대구스타디움은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데다 대형스크린을 통한 응원도 수월해 응원 장소로 정했다는 것이다.

응원은 가장 앞에서 지휘하는 리딩(응원단장)에 의해 이뤄진다. 리딩 옆에 대형 탐탐이(북)가 배치돼 응원 박자를 맞추고 양옆으로 8개 정도의 탐탐이가 분위기를 만든다. 사이사이로 대형 깃발도 2, 3개씩 배치된다. 리딩을 맡을 붉은 악마 대구지회 이은노 현장팀장은 "경기 상황에 따라 응원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30개 정도의 응원 구호를 숙지하고 있다. 최소 2만명 이상이 운집할 대구스타디움은 흥분의 도가니가 될 것"이라며 "되도록 많이 참여해 엄청난 열기를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왜 '공식' 강조하나

붉은 악마의 남아공월드컵 공식 슬로건은 '승리의 함성, 하나된 한국'(The shouts of Reds, United Korea)이다. 2002년 '붉은 악마가 되자'(be the reds), 2006년 '붉은 악마여, 꿈을 위해 함께 가자'(reds, go together for our dreams)에 이은 세 번째 슬로건은 2006년처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모를 통해 만들어졌고 FIFA인증까지 받았다. 이 슬로건은 붉은 악마의 공식 응원 티셔츠에 문구로 사용된다. 공식 티셔츠는 홈플러스에서 독점 판매하고 있는데 가격은 장당 1만7천900원이다.

'공식'이란 말을 강조하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붉은 악마 손형오 미디어팀장은 "공식이란 말을 좋아하지 않지만 많은 기업에서 붉은 악마를 이용해 무분별하게 마케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 기업에서 'all the reds'라는 슬로건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붉은 악마 슬로건이 2002년 be the reds, 2006년 reds go together였다 보니 사람들이 한 기업에서 홍보하는 'all the reds'를 마치 붉은 악마의 슬로건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월드컵 때만 되면 엠부시 마케팅(ambush marketing·공식적인 스포츠 이벤트 후원업체가 아니면서 광고 문구 등을 통해 관련 있는 업체라는 인상을 줘 이익을 취하는 행위)이 활개를 치는데, 이는 붉은 악마의 이미지를 훼손시키고 시민들에게 불필요한 소비를 강요한다. 손 팀장은 "굳이 공식 지정 티셔츠가 아니라도 그냥 빨간색 티셔츠나 예전의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어도 상관없다"고 했다.

◆붉은 악마가 돼 보자

붉은 악마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서포터스다. 붉은 악마는 1995년 PC통신 축구동호회에서 시작해 1998년 프랑스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앞두고 활동을 본격화했고 2002년 큰 활약을 펼치면서 많은 사람이 알게 됐다. 붉은 악마는 1983년 멕시코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이 예상을 넘어 4강에 오르자 외국 언론들이 한국의 붉은 유니폼을 보고 '붉은 악령'(Red Furies)이라고 지칭한 것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다시 붉은 악마에 대한 관심이 높다. 붉은 악마로 활동하고 싶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붉은 악마 홈페이지에 접속해 소속 모임에 가입하면 된다. 소속 모임은 '가맹단체'와 '자치단체'로 나뉜다. 가맹단체는 운영위원회의 의결권이 있는 모임이며 가맹단체의 대표는 운영위원회 의장, 다시 말해 붉은 악마 대표에 출마할 수 있는 자격을 준다. 자치단체는 의결권은 없지만 원정 등 각종 행사에서 가맹단체와 거의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 각 모임 소개를 꼼꼼하게 읽고 해당 커뮤니티에서 가입 신청을 하면 된다. 직접 단체를 만들 수도 있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자치단체 가입신청을 할 수 있다. 가입신청은 매년 운영위원회에서 받는데 신규 자치단체는 일정 기간이 지난 후 가맹단체로 승격할 자격을 주며, 운영위원회의 의결을 거친다.

대구경북의 경우는 가맹단체인 '대구 붉은 악마'(daegu.reddevil.or.kr)에 가입하는 것이 무난하다. 대구 붉은 악마의 경우는 회원 수가 1천명 정도에 이르는데 보통 20, 30명이 한 달에 한번 정도 정기모임을 갖고 있다. 김 지회장은 "붉은 악마에 가입만 하고 활동을 거의 안 하는 유령 회원이 많은데 중요한 것은 축구장에 많이 와서 같이 응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보통 붉은 악마들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경기장 N석(북쪽 골대 뒤)에 자리를 잡고 단체 응원을 한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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