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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임을 위한 행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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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중략/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운동권에 몸담았던 사람이 아니라도 '임을 위한 행진곡'은 귀에 익숙하다. 정치적 시위 때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처사에 불만을 가진 소시민들의 항의 집회에 참가한 할아버지'할머니들의 입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이 노래다.

백기완의 시 '묏비나리'(1980년 12월)에서 가사를 따와 광주 지역 문화운동가인 김종률 씨가 곡을 만들었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대변인이었던 고(故) 윤상원 씨와 박기순 씨의 영혼 결혼식을 배경으로 한다. 1982년 발표된 이후 시위 및 집회 현장에서 가장 많이 불려진 민중가요가 됐으며 2004년 5'18 기념식부터는 광주민주화운동 공식 추모곡이 됐다. 지역과 계층을 초월해서 불려지고 있는 노래다.

그런데 이 노래 때문에 5'18 기념식이 두 동강이 났다. 정부가 이 노래를 기념식 추모곡에서 제외하자 유족 및 시민단체들이 별도의 행사를 개최해 버린 것.

일각에선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는 노랫말이 정부 측의 심사를 거슬렸을 거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실이라면 못나도 정말 못난 관료들이다. 정권에 대한 불만은 늘 있기 마련. 현 MB 정부보다는 노무현 정부 때 국민들의 정권 불만감은 더 팽배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경제가 좋아지는 새날을 기대했던가. 제발 정권이 빨리 바뀌길 학수고대했다. 그런 정부도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는 그 노래를 탓하지는 않았다. 노래는 노래로 대했을 따름이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노래 한 곡 갖고 분위기를 망친 정부의 미숙한 조정 능력에 대해 개탄한다'고 일갈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23일 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1주기 기념식 서막곡으로 사용된다. 광주 행사 때 이슈가 되지 않았다면 주목받지 못했을 이 노래가 새삼 국민들의 관심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가만히 두면 아무렇지도 않을 일들이 탄압으로 비쳐지면 반대 진영을 단합시키는 촉매제가 된다.

가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공식 추모곡에서 제외할 정도로 경직된 정부 당국자들의 자세가 걱정이다.

최정암 동부지역본부장 jeong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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