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친박 의원들 "이진훈 수성구청장 후보 돕지 않겠다"

한나라 대구시당 내홍 '적전분열' 양상

대구 지역의 한나라당 친박 성향 국회의원들이 같은 당 소속인 이진훈 대구 수성구청장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중앙당의 방침과 달리 독자 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집단적으로 밝히고 나서 파문이 예상된다. 선거 결과에 따라 지역 한나라당 내부의 분열은 물론 중앙당과 대구시당 사이의 갈등까지 예고하는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한구(수성갑)·서상기(북을)·주성영(동갑)·유승민(동갑)·배영식(중·남구)·조원진(달서병) 국회의원은 21일 별도 모임을 갖고 당 최고의결기구인 최고위원회의가 김형렬 무소속 후보를 배제시킨 데 대해 '당헌 당규에서 정하고 있는 절차를 무시한 월권'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들 가운데 다수는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이진훈 한나라당 후보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친박으로 대구시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인 주성영 의원은 이 후보를 지원하지 않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주 의원은 "이런 집단 행동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진정으로 돕는 것이 아니다"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했다. 배영식 의원도 다소 유보적인 의사를 밝혔다. 박 전 대표와 친이계인 주호영 특임장관과 이명규(북갑) 의원은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다섯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은 "이 후보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이한구 의원의 입장에 동의한다"며 한나라당 후보 지원 불가 방침을 분명히 밝혔다. 이한구 의원은 "김형렬 무소속 후보도 한나라당 후보와 다름없고 유권자들이 김 후보를 이 후보와 똑같이 한나라당 후보로 인식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의원들은 무소속 후보에 대한 구체적인 지지 방식에 대해서는 합의하지 못했다. 선거법상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무소속 후보를 지원하는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한구 의원은 "무소속 후보를 지지할 수는 있지만 연설, 대담, 선거사무장 등을 맡을 수는 없게 돼 있다"며 "이 때문에 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여러 가지 지원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은 "이한구 의원 뜻에 따를 것이고, 실정법 범위 안에서 김 후보를 돕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상기 의원도 "이한구 의원의 뜻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해 사실상 김 후보 지지 입장을 밝혔다.

대구시당 선대위 조직본부장을 맡은 조원진 의원은 "수성구청장 선거는 친이, 친박 싸움이 아니다"고 전제한 뒤 "최고위가 중앙 공심위와 대구 공심위를 무시한 데 따라 최고위가 결정한 후보를 지지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형렬 후보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주성영 의원은 "대구시 전체 선거를 하면서 수성구청장 문제에 집착하면 대구시민들이 친박 의원들이 잘못하고 있다고 손가락질한다"고 반대했다.

친박 의원들이 이런 집단 행동에 앞서 박 전 대표에게 이런 사실을 보고했을지 여부에 대한 궁금증이 일고 있다. 서상기 의원은 "박 전 대표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친박 의원들이 과연 박 전 대표의 재가 없이 중앙당과 대립각을 세울 수 있을까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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