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환, 마마보다 더 무섭다는 사이버 폭력과 음란물. 인터넷 강국인 대한민국의 짙은 그늘이 되고 있다. 사이버 공간이 각종 유언비어와 명예훼손, 음란물, 불법 다운로드 등으로 오염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면서 인터넷 중독연령마저 낮아지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초기 인터넷 문화 교육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사이버 청정 우수학교로 선정된 대구 강동초등학교가 실시하고 있는 인터넷 문화교육에서 그 해법을 찾아본다.
17일 오후 강동초등학교 대강당에서는 이 학교 4학년 학생 3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청정 교육 특강이 열렸다. 이 학교가 사이버 청정 교육을 위해 학부모정보감시단 소속 강사를 초청해 마련한 자리. 먼저 학생들은 인기 만화 캐릭터가 등장하는 동영상을 즐기면서 인터넷 중독의 위험성과 인터넷 예절에 대해 자연스럽게 접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어 동영상 상영이 끝나고 이와 관련된 내용을 OX로 풀어보는 시간. "인터넷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란 강사의 질문에 갑자기 강당안이 소란스러워진다. "기차표 예매, 홈쇼핑, 영화"란 대답들이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왔다. 방금 동영상을 통해 배운 내용들이었다.
이어진 두 번째 질문. "인터넷으로 무엇을 해봤나요?"강사의 질문이 떨어지자마자 한 남학생이 손을 번쩍 들었다. "불법 다운로드요."자랑스럽게 대답하는 학생의 태도에 잠시 당황한 강사는 곧바로 그 남학생을 자상하게 타이르기 시작했다. "불법다운로드는 나쁜 행위에요."이어 강사는 만화 동영상을 통해 불법 다운로드가 가져올 수 있는 폐해를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항목별로 설명했다. 그제야 그 학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끝까지 강의를 열심히 들은 이 학교 4학년 6반 성영이는 "처음에는 인터넷 윤리에 대하여 별 관심이 없었지만 OX퀴즈 문제를 풀면서 불법다운로드나 개인정보 침해가 사이버 범죄에 해당된다는 것을 알게 되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같은 반 명인이는 "앞으로 바른 인터넷 예절을 배우고 컴퓨터 게임시간을 줄이겠다"고 다짐했다. "이전까지 학교 홈페이지는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의 험담을 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악성 댓글이나 욕설을 찾아서 지우는 일만 해도 만만찮은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 예절교육이 시작된 후 곧바로 효과가 나타나 이제는 학생들이 스스로 정화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이 학교 이열매 정보부장교사는 "예절교육은 시기가 있습니다. 인터넷 사용 습관과 예절 역시 어렸을 때부터 가르쳐야 합니다. 더구나 학생들은 감정적이기 쉬워 어렸을 때부터 책임의식을 심어주고 지속적으로 인터넷 예절을 가르쳐야 합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학교 측은 '청소년 스스로 지킴이'운동인 YP(Youth Patrol)운동을 펼치고있다. 학급별로 2명씩 컴퓨터 꿈나무를 선정해 학교 및 학급 홈페이지 사이버 감시단, 컴퓨터 이용 도우미 등으로 활약하게 하고 정보통장을 바탕으로 활동 우수학생을 선정하고 있다. 정보통장에는 학생 개인별로 정보통신기능 및 윤리교육이수, 각종 대회 및 공모전 참가와 수상내역, 자격증 취득, 사이버 가정학습이수 내역 등 YP프로그램 실천 내역 등이 기록된다. 또 블렌디드 러닝이라는 프로그램 수준별 내용 선정 및 교수·학습 관리 체제를 구축했다.
특히 이 학교 학생들은 특별활동시간과 정규시간은 물론 특강을 통해서도 종합적인 인터넷 청정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인터넷 예절이란 일상생활에 습관처럼 녹아들어야 학생들의 인터넷 예절도 자연스럽게 높은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 측은 앞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적극적인 지원(문화상품권 150만원, 동판 1개, 현수막 1개, 주제별 PT자료, 특강지원 등) 아래 전교생, 교사, 학부모를 대상으로 집중적인 정보통신윤리 교육을 실시하고 정보통신윤리 표어·포스터대회, 체험사례 공모, 퀴즈대회, 도전 골든벨, 저작권 교육, 홈피지키미 운영, 캠페인 활동 등 다양한 교육 및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또 인터넷 중독 예방을 위해 다양한 행사와 단체활동을 장려할 계획이다. 인터넷중독이나 게임중독은 그 자체로도 심각한 병리현상이기는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곳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교우관계나 학교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거나 가정에 불화가 있는 경우 인터넷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열매 교사는 "친구들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하면 인터넷중독에 빠질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앞으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중간에 체육대회와 합창대회 등 대형 이벤트를 배치하고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할 예정이다"고 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사진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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