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치료 중에는 머리카락은 물론 속눈썹까지 다 빠져요. 여자로서 스트레스가 많죠."
20일 오후 3시, 분홍빛으로 병원 9층에 30여명의 여성암 환우들이 모였다. 아모레퍼시픽이 주관하는 여성암 환우들을 위한 메이크업 강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이 업체는 2008년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여성암 환우들을 위한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make up your life)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여성암 환우들은 처음엔 서로 서먹서먹했지만 레크리에이션과 메이크업에 관한 퀴즈가 진행되면서 분위기는 한결 부드러워졌다. 암을 극복하고 현재는 긍정적이고 건강하게 살고 있는 한 여성의 다큐멘터리가 상영되자 김정자(47'대구 수성구 수성1가)씨는 지난해 유방암 수술을 했던 기억이 떠올라 눈시울이 붉어졌다. "치료 중에는 탈모가 진행돼 가발을 착용했어요. 특히 속눈썹에 신경을 써야 했죠. 거울을 보면 얼굴에 속눈썹이 있고 없고 차이가 아주 크더라고요."
이날 행사는 진행자가 메이크업 강연을 한 후 아모레퍼시픽 카운슬러 봉사자들이 직접 여성 암환우들에게 메이크업을 해주는 순서로 진행됐다. 카운슬러 봉사자들은 '환우를 같은 여성으로 생각하고 편안하게 대하자'는 다짐을 하고 이 자리에 나왔다. 남경숙(51'대구 수성구 신매동)씨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의외로 모두들 밝고 긍정적인 모습이라 놀랐다"고 말했다.
여성암 환우들의 메이크업 방법은 일반 메이크업과는 조금 다르다. 메이크업 교육담당 손미정씨는 "여성암 환우들은 피부가 건조하고 예민하기 때문에 수분 공급에 특히 신경 써야 하고 기분 전환을 위해 화사하게 메이크업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특히 이날 참가자들의 관심이 모아진 것은 부분 가발 착용법 및 헤어스타일 연출법. 부분가발은 정수리 부분에 적당히 놓고 똑딱이 핀으로 고정하면 된다. 굳이 암 환우들이 아니더라도 패션 감각이 뛰어난 스타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제품이다.
20일 수술을 마치고 퇴원한 유영실(57'대구 중구 삼덕동)씨는 이달 초 유방암을 발견하고 본격적인 치료를 앞두고 있다. "수술을 받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어요. 오늘 이런 이야기들은 처음 들었는데 앞으로 치료하면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저는 머리카락이 빠지면 예쁜 두건을 쓸 생각이에요. 시원한 재질로 잘 골라야겠죠?"
두건은 이마를 가려주어 발랄하고 깔끔한 느낌을 주고 모자를 활용하면 새로운 패션을 연출할 수 있다. 종 모양의 클로슈 챙은 복고풍 패션을, 챙 넓은 모자는 우아함과 세련된 절제미를 돋보이게 해준다. 또 페도라는 여성스러운 의상과 잘 어울리고 베레모 니트도 여성스러움을 강조할 수 있다.
유방암을 발견한 지 9개월 된 정미림(가명'47'대구 달서구 죽전동)씨는 "치료 과정 중에는 외모가 평소와 달라지니까 밖에 나가기도 꺼려지고 친구들 만나기도 싫어진다"면서 "오늘 여러 가지 방법을 들었으니 앞으로 활용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선 치료 중이라 두건을 쓰고 나온 환우도 있었다. 머리카락이 빠져 보라색 두건을 쓰고 교육장에 참가한 김지선(41'대구 동구 신천동)씨는 지난해 9월 유방암 사실을 처음 알았다. 하지만 오히려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친다. "가발과 두건을 쓰니 주변에서 아무도 암환자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니 병도 쉽게 나을 거라 믿어요."
이날 여성 환우들이 배운 것은 긍정적인 에너지와 여성으로서의 자존감. 분홍빛으로 병원 정기은 행정원장은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잘 찾아보면 행복하고 즐거운 부분이 있기 마련"이라면서 "이번 행사가 여성암 환우들에게 작은 기쁨이 되었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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