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촌 들녘에 뜬 종이배 "땅이 희망이라 말하죠"

영천 농부화가 이색 전시

영천 화산면 가상리 들녘에 대형 종이배 조형물을 설치해 이색 전시회를 열고 있는 농부화가 이운구씨. 영천.민병곤기자
영천 화산면 가상리 들녘에 대형 종이배 조형물을 설치해 이색 전시회를 열고 있는 농부화가 이운구씨. 영천.민병곤기자

"삶에 찌든 도시의 바쁜 나날을 벗어나 농촌에서 느림의 미학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3년 전 영천 화산면 가상리에 이주한 농부화가 이운구(40)씨가 마을입구 들녘에 대형 종이배 조형물을 설치해 이색 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달 22일 가상리 마을 주민 50여명과 함께 전시회를 개막하고 풍년기원 고사도 지냈다.

부산 출신으로 대구가톨릭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이씨는 여느 귀농인과는 달리 집도 땅도 없이 빈손으로 가상리에서 작업을 하며 농사도 배운다. 처음엔 마을의 창고를 빌려 작업장으로 사용하다가 올 4월부터 빈 종갓집에 부인과 함께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문화마을 가꾸기에 나선 정겨운 이웃사람들이 집도 마련해주고 묵정밭도 소개해 준 것. 상추, 고추, 오이, 들깨, 가지 등을 심은 이씨는 수확물을 20여가구에 배달해 먹을거리 걱정을 덜 생각이다. 복숭아밭을 빌려 과수농사도 짓는다.

논에 설치한 대형 종이배 작품은 이씨의 이런 가상리 생활과 생각을 담고 있다. 길이 4.5m, 높이 1.5m 크기의 종이배 3종류 전시는 볍씨를 뿌릴 때부터 추수 때까지 진행되며, 벼가 자라고 익어갈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작가와 농부, 자연의 공동작품이라고 말한다. 농부의 노동과 자연이 없으면 작품이 완성되지 않는다.

이씨는 "산업화로 소외된 농촌사회에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 종이배를 띄우고 싶었다"며 "땅의 소중함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시대에 잠시 아름다운 이 들녘을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천.민병곤기자 min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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