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度넘은 선거공해, 유권자 왕짜증

불법주정차·확성기 소음·플래카드 홍수·무차별 문자… 민원 폭주

6·2지방선거 부재자투표가 오늘부터 이틀 동안 시작됐다. 27일 오전 대구여고 강당에서 2작전사령부 장병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6·2지방선거 부재자투표가 오늘부터 이틀 동안 시작됐다. 27일 오전 대구여고 강당에서 2작전사령부 장병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대구 수성구 시지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선거 후보자들이 A씨의 가게 앞에 너도나도 플래카드를 내걸면서 가게 간판이 가려진 것. A씨는 플래카드를 옮겨달라고 후보 측에 요청했지만 후보들은 "공익이 우선"이라며 거절하고는 "함부로 플래카드를 뗐다간 처벌받을 수도 있다"며 엄포를 놓았다고 전했다. A씨는 "주민들을 위해 일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피해를 줘서야 되겠냐"며 씁쓸해 했다.

8개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 6·2지방선거의 선거운동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유세차량의 불법주·정차, 확성기 소음, 플래카드 홍수, 무차별 문자메시지가 판치면서 '선거공해'를 유발, 유권자들의 짜증을 유발시키고 있다.

26일 낮 B기초의원 후보의 차량을 따라가 봤다. 시속 20㎞가 채 되지 않는 속도로 진행하다 보니 뒤를 따라가는 차량이 줄을 이었다. 20분가량 지나자 교차로에 선거차량이 정차했다. 비상등을 켜놓고 10분 넘게 머물렀지만 경찰 단속은 없었다. 경찰은 "선거 시즌이라는 특수성을 감안, 현장 지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유세차량은 대학 캠퍼스 안을 휘젓고 다니기도 한다. 경북대 경비원 S씨는 "학교 축제 때 유세차량이 몰래 들어와 확성기를 틀고, 새벽시간에도 선거 캠프 조직원들이 들어온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경북대 교환학생 조슈아 브린트 (22·여·미국)씨는 "기숙사까지 찾아와 인사를 하는 선거 캠프 조직원들 때문에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유세차량 로고송도 밤낮없이 유권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정경희 (50·여·대구 북구 읍내동)씨는 "어제는 아이들 등교시각인 오전 7시쯤부터 로고송이 흘러 나왔다"며 "로고송을 튼 유세차량이 오후 10시까지 아파트단지를 돌아다녀 수면을 방해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실제 선거 유세용 확성기에서 나오는 소리는 100㏈(데시벨)을 넘기기 일쑤다. 공사장에서 나는 소리가 85~90㏈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굉음' 수준. 현행 '소음 및 진동규제법'은 유세용 확성기 사용시 아침과 저녁(오전 5~7시, 오후 6~10시)에는 70㏈, 주간(오전 7시~오후 6시) 80㏈, 야간(오후 10시~오전 5시) 60㏈ 이하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는 후보는 드물다. 선관위도 공직선거법 단속 행위가 아니라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정영장(39·여)씨는 "선거차량 소음이 너무 심해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환자에게 약을 설명하기 힘들 정도"라고 했다.

무차별 문자메시지도 골칫거리다. 김동욱 (27·북구 산격동)씨는 "같은 후보자에게서 문자메시지 세 통이 연달아 왔다. 내가 사는 지역을 어떻게 알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는지 모르겠다"며 "개인정보가 노출된 것 같아 불쾌하다"고 말했다.

대구시선관위에 따르면 26일까지 문자메시지 발송 때문에 경고를 받은 후보는 82명이고 고발된 후보도 6명이나 됐다. 기소된 후보는 3명(교육감 후보, 교육의원 후보, 기초의원 후보)이다.

선관위는 유권자가 수신거부를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문자가 올 경우 해당 후보자에게 경고를 하고, 정도가 심할 경우 고발까지 하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각종 선거 공해를 해결해달라는 유권자들의 항의성 전화가 빗발쳐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며 "그러나 규제 법령이 미비, 법령 마련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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