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뮤지컬 들여다보기] 세계4대뮤지컬④뮤지컬로 재탄생한 오페라 나비부인<미스 사이공&g

화려한 춤·노래·스펙터클한 무대장치로 볼거리 제공

◆베트남판

의 모티브가 된 것은 한 장의 사진이었다. 의 작곡가 미셸 쇤버그와 작사가 알랑 부브리가 푸치니의 오페라 의 현대화 작업을 논의하던 중 베트남 참전용사였던 미국인 아버지 곁으로 딸을 떠나보내는 베트남 여인의 생이별 사진과 기사를 보고 이 작품을 본격적으로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베트남판 으로 불리기도 한다.

베트남전 당시 미군 병사 크리스와 베트남 여인 킴이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겪게 되는 사랑, 이별, 재회 그리고 또 다른 이별을 다룬 애절한 사랑 이야기로 1989년 런던에서 초연되었다. 실제 모형의 헬기가 등장하는 등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엄청난 무대장치 때문에 장기 공연을 하지 않고는 제작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해외 투어가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그래서 제작진은 2004년 몸집이 가벼운 세트와 소품으로 이동이 쉬우면서도 드라마에 충실한 새로운 버전의 을 제작하게 된다. 2006년 한국 배우들에 의해 라이선스로 공연된 은 바로 이 투어 버전으로 4대 뮤지컬 가운데 한국에 가장 늦게 소개된 뮤지컬이다.

◆한국인이 공감하는 이유

이 작품을 보고 한국인이 느끼는 감정은 웨스트앤드나 브로드웨이의 관객들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파병했던 베트남전 참전국으로 한국계 혼혈아 '라이 따이한'의 아버지 나라라는 아픈 현대사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재 자체가 낯설지 않다. 또한 전쟁의 아픈 과거와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사회적 현상을 경험한 민족이기에 공감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 배우와도 인연이 깊다. 배우 이소정은 주인공 킴 역할을 맡아 한국인 최초로 브로드웨이 무대에 입성했다. 국내에선 고현정씨와 신세계의 정용진 부사장이 브로드웨이에서의 영화 같은 첫 만남으로 인연을 맺게 된 일화 때문에 유명해진 뮤지컬이기도 하다.

◆감상 포인트

4대 뮤지컬 가운데 스토리와 주제가 가장 사실적인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다. 은 베트남전이라는 역사적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가장 있을 법한 상황을 이야기로 풀어냈다. 암전 없이 빠르게 전환되는 무대장치와 쉴 새 없이 이어지는 화려한 춤과 노래는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시작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사이공 클럽의 화려하고 섹시한 첫 장면부터 '아메리칸 드림'의 환상 장면, 호찌민 시티 장면 등 현란하면서도 역동적인 무대 메커니즘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그 가운데서도 백미는 실제 헬기 모형이 등장하는 '사이공 최후의 날'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장면은 스펙터클한 무대장치의 대명사가 됐다. 한국 공연에서는 헬기 장면이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3D 영상으로 처리돼 아쉬움이 있지만 그 아쉬움이 의 명성을 가릴 만큼 크지는 않다.

크리스와 킴 외에 또 한 명의 주인공 엔지니어의 역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베트남인 어머니와 프랑스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든 하는 현실적인 인물로 베트남의 슬픈 역사를 대변하고 있다. 가장 화려하고 멋진 무대를 선보이는 인물이기도 하다.

킴과 크리스의 사랑테마 'Sun and Moon' 'The Last Night of the World' 등 가슴에 와 닿는 곡들이 즐비하다. 은 의 서사 구조에 베트남전이라는 현대사로 옷을 입혀 전혀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되면서 뮤지컬사의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최원준(㈜파워포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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