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 대구시립교향악단 지휘자는 2008년 10월 취임 당시 '강마에'라는 별명을 얻었다. 강마에는 인기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독설과 카리스마로 단원들을 휘어잡은 지휘자였는데, 곽승의 스타일이 강마에를 빼다 박았기 때문이었다. 강마에는 그 독설 때문에 단원들의 불신임을 받는 위기에 몰리게 된다.
그런데 최근 곽승 지휘자가 이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사정은 이렇다. 지난 20일 단원들이 곽승 재위촉을 묻는 내부 신임투표를 했고, 투표자 76명 중 50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불신임의 이유는 평소 연습 때 단원들을 채근하는 지휘자의 언사(言辭)가 지나치게 비인격적이라는 것과 6명을 탈락시키고 10명을 재오디션자로 분류한 지난 3월 단원 정기 평정이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내쳐 곽승의 연주 레퍼토리가 한정되고, 음악이 경직돼 있다며 실력을 문제삼는 일부 단원도 있다. 이참에 노조를 결성하겠다고도 한다.
기자는 이번 상황을 내부분열로 보지 않는다. 일부 단원들의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선 비인격적인 언사. 이것은 대화로 풀어야 할 문제이지, 평가의 대상이나 불신임의 이유가 되지 않아 보인다. 단원 평정에 불공정이 있었다면 증거 자료 제시나 법적 절차로 따져야 한다. 또 곽승은 취임 후 총 14번 지휘하면서 5번 공연(일본 연주 2회 포함)에서 같은 서곡을 연주했지만, 이것만으로 레퍼토리가 한정됐다는 주장에는 무리가 있다.
곽승 취임 후 대구시향의 위상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곽승에 대한 열광이 그의 과거 명성에 기댄 것인지, 실제 실력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시향 연주회 때마다 관중이 몰려들었고, 창단 처음으로 해외 순회 연주를 갖고 전국교향악축제에서 개막공연을 맡았다. 시향 정원도 15명을 늘여 115명으로 편성할 계획이다. 26일 신규 단원 모집 결과 11대 1이라는 창단이래 최대 지원율을 기록했다. 30년 경력의 대구 한 클래식 동호인은 "곽승 취임 후 시향 연주가 몰라보게 좋아졌다. 연주 태도가 달라졌다"며 그동안 가지 않던 시향 연주장을 찾는다고 했다.
이런 시기에 단원들이 지휘자 불신임을 꺼내는 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 강도높은 단원평정으로 불안해진 단원들의 '지휘자 흔들기'로 비춰질까 해서다. 곽 지휘자를 두둔하자는 게 아니다. 그는 최근 몇번의 내부 인사에서 구설에 올랐고, 지휘 외 활동이 너무 많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도 아쉽다.
해외 유수의 오케스트라에는 백발의 단원들이 많다. 그들이 그 나이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은 실력 때문이다. 초봉이 1억원을 넘는 그들은 오직 연습에만 열중해 기량을 유지하면 된다. 반면 우리 시향 단원들의 처우는 열악하기 그지없다. 시향 노조가 결성된다면 이런 걸 개선하고 행동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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