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월드컵 그리스전 때 보여준 대구 거리응원전은 엉망이었다. 무질서를 뛰어넘어 '통제 불능 지대'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 정도였다. 대구백화점 본점 앞에서 한일극장까지 폭 12m, 길이 170m의 좁은 거리에 3만 명의 인파가 몰렸으니 콩나물 시루가 따로 없었다. 여유 있게 지구촌 축구 제전을 즐기는 것은 고사하고 발 디딜 틈이 없어 아우성이 터져나오고 통로도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꼼짝달싹할 수가 없는 지경이었다.
이런 상황은 두류공원 야외음악당도 마찬가지였다. 2002년과 2006년에 보여준 시민 질서 의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불편은 둘째치고 절도와 성추행 사건까지 잇따랐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상황이 이렇게 바뀐 것은 시민 의식의 퇴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무엇보다 대구시와 경찰이 인파를 예상하지 못하고 안전 대책을 소홀히 한 책임이 크다. 당초 5천여 명을 예상하고 안전 펜스를 설치하지 않은 것은 물론 현장에 나온 경찰력도 고작 100여 명에 불과했다. 서울 등 타 지역의 경우 인파에 대비해 통로 확보와 경찰력 배치에 힘쓴 것에 비하면 얼마나 허술하게 대비했는지 알 수 있다. 끔찍한 불상사가 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다.
안전사고는 방심하거나 미리 예상치 못해 대비를 소홀히 했을 때 발생한다. 대구시와 경찰은 그리스전 때 많은 인파를 예상하고 미리 안전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이렇게 안이하게 대처하니 '사고 도시'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시가 뒤늦게나마 동성로 거리응원전을 취소하고 17일부터는 대구스타디움, 두류공원 야외음악당, 시민운동장 주경기장, 동구 율하체육공원 등 4곳으로 장소를 확정한 것은 잘한 일이다. 동성로에 비해 외곽에 위치한 대구스타디움까지 오고 가기에 불편하겠지만 시민들도 안전을 위해 불편을 감수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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