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인 이상화 그린 대구産 뮤지컬 '마돈나, 나의 침실로'

1924년 대구의 색깔은 어떤 것일까?

대구가 낳은 시인 이상화를 무대로 옮긴 뮤지컬 '마돈나, 나의 침실로(이하 마돈나)' 공연이 다음달 3, 4일 동구문화체육회관에서 열린다.

올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창작 지원작 부문 6개 작품 중에서 유일하게 대구 연출자와 배우들이 만든 대구산(産) 창작 뮤지컬. 지역의 전문가들이 뭉쳐 대본, 음악, 안무, 연출까지 담당했다. 가벼움을 좋아하는 관객들의 취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소재겠지만, 대구만의 것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뿌듯한 일이다.

연출자 정철원(한울림 극단 대표)씨는 "2006년 첫 선보인 '로맨스 1924'를 거듭 수정해 마돈나로 탄생시키게 됐다"며 "일제 강점기 하에서 낭만적·퇴폐적 시를 주로 썼던 이상화가 민족시인으로 거듭나게 되는 과정을 철저한 고증을 거쳐 드라마화했다"고 밝혔다.

마돈나는 이상화가 지은 동명의 시 제목인 동시에, 허무와 죽음을 노래하던 시인 이상화를 민족 시인으로 변신하게 만드는 신비의 여인, 유보화다. 공연은 시인 이상화의 시에 빠져 있는 동경 유학생 유보화의 등장으로 막을 올린다. 그녀는 동경을 품고 이상화를 찾아가지만 술과 여자, 향락에 젖어있는 그의 모습에 실망하게 된다. 이상화는 그녀가 매일 밤 꿈에서 보았던 여인 임을 깨닫게 되고, 둘은 운명같은 사랑을 시작한다. 이상화는 동경 대지진과 조선인 학살이라는 어두운 역사의 현장을 누비면서 식민지 지식인이 겪어야 했던 고통과 절망을 보여준다.

공연에서는 이상화의 대표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파란 비'가 낭송되고, 노래 '조선이여 독립을 선언하라'로 클라이막스를 점찍는다. 3일 오후 3·7시, 4일 오후 2·6시. 053)246-2925.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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