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병휘의 교열 斷想] 예로부터

"예로부터 한국 가톨릭 신자들은 미사를 성제(聖祭)라 하였고, 주일을 거룩하게 지내기 위하여 미사에 참례(參禮)한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했다." "예부터 형만 한 아우 없다던 말은 지금도 틀리지 않다." "우리나라는 옛날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렸다." "한국인의 일반적 종교 심성은 옛부터 토착화된 무교(巫敎'샤머니즘)의 현세 기복 및 신비주의에 깊이 젖어 있었다."

앞선 문장에서와 같이 우리는 가끔씩 과거의 일들을 말할 때 '옛부터' '예로부터' '예부터' '옛날부터'로 표기하고 있다.

'옛부터'는 '옛'과 '부터'가 결합된 것이다. '옛'은 지나간 때의, 예전의, 옛날의 뜻을 가진 관형사이다. '부터'는 체언(명사'대명사'수사)이나 부사어에 붙어 동작이 비롯되는 처음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이므로 '옛'이라는 관형사와 함께할 수 없다. 그러므로 '옛부터'는 잘못된 표기이다. '예부터'는 명사인 '예'와 '부터'가 결합된 것으로 바른 표기이다.

'옛날부터'는 '옛날'이 오래된, 지난날의 뜻을 가진 명사이므로 올바른 표기이다. 또 모음이나 '-ㄹ'로 끝난 체언에 붙어 거쳐 온 출발 지점이나 대상을 나타내는 부사격조사인 '로부터'와 결합한 '예로부터'도 쓸 수 있다.

과거에 매여 살면 힘든 인생을 살게 된다. 흔히들 과거 없는 현재와 미래가 어디 있느냐고 하지만 어찌 보면 핑계일 수도 있다. 과거에 집착하다 보면 자신도 힘들고 남도 힘들게 하는 삶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이 흐르지 않으면 썩기 마련이다. 변화를 거부하면 결국은 퇴보한다. 이는 자연의 평범한 진리이다.

신혼 초에는 남자가 말이 많고, 여자는 듣기만 한다. 2, 3년이 지나면 여자가 말이 많고, 남자는 듣는 쪽이 된다. 아이를 낳고 나면 싸울 일도 생긴다. 두 사람이 함께 떠드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서로의 내면을 보게 된다. 사는 것은 어찌 보면 잠깐이다. 고통스러웠던 시간도, 힘들었던 사건도 지나고 보면 너무나 빠르게 느껴진다.

목숨이 멈추면 죽는다. 육체뿐 아니라 영적인 생명도 끝난다. 사람들은 사는 것에 쫓기어 이를 잊고 산다.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성공을 거듭해도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못한다. 내가 억울하다고 느낄때 먼저 자신부터 치유해야 한다. 용서하고 사랑해야 한다. 일이 잘못되면 누구나 자신을 꾸짖고 자책한다. 실수를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잘못이다. 자신을 용서하지 않으면 남도 용서할 수 없다.

예부터 핑계 삼는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 중에 올바른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옛날에는 그러지 않았는데'라고 변명하지 말자. 지금이 더 중요하니까.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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