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드컵의 해만 오면, 잠자던 사자 '포효'

2002·2006 KS 우승…올해도 12연승 등 2위 도약

"월드컵의 해, 우승 감 좋습니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이 열리는 동안 삼성 라이온즈가 때 아닌 월드컵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의 해를 만나면 프로야구는 축구 열기에 관중을 빼앗긴다. 프로야구계로서는 당연히 반갑지 않은 해이다.

하지만 삼성의 분위기는 다르다. 삼성이 월드컵의 해였던 2002년과 2006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는 등 월드컵과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1985년 통합 우승을 차지한 후 10여 년 동안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지만 '숙원'이었던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만년 우승후보의 꼬리표를 떼기 위해 많은 몸값을 지불하며 유명 선수를 영입하고 선수단 지원을 늘렸지만 우승은 늘 먼발치에 있었다.

삼성이 그렇게도 갈망하던 한국시리즈 우승의 감격을 맛본 해는 한·일 월드컵이 열린 2002년이다. 삼성은 당시 임창용, 노장진, 김현욱, 엘비라 등 4명의 10승대 투수와 '국민타자' 이승엽의 맹활약을 바탕으로 133경기를 치르는 페넌트레이스에서 82승4무47패(승률 0.636)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김성근 감독이 이끈 LG와의 한국시리즈에서 4승2패로 이겨 정상에 올랐다.

삼성은 또 독일 월드컵이 열린 2006년에도 126경기에서 73승3무50패(승률 0.593)를 기록하며 시즌 1위를 차지했고, 한국시리즈에서 한화를 4승1무1패로 제압했다.

남아공 월드컵이 열린 올해 역시 삼성은 행운을 이어가고 있다.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까지 삼성은 불안한 3위를 유지했으며 6월 8일에는 KIA에 공동 3위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월드컵 개막(6월 11일) 후 KIA를 4위로 밀어낸 삼성은 월드컵 결승이 열린 이달 12일까지 무서운 가속페달을 밟았다. 6월 11일 30승30패로 딱 5할 승률을 맞춘 삼성은 이후 26경기에서 20승1무5패(승률 0.769)를 기록하는 무서운 상승세로 2위로 뛰어올랐다. 이 기간 동안 선동열 감독 부임 후 최다연승(12연승)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삼성 김재하 부사장은 "박진만, 오승환 등 주전선수들의 공백을 오정복, 김상수, 조영훈 등 백업 선수들이 잘 메워주면서 월드컵 기간 동안 상승세를 탄 것 같다"며 "자연스런 세대교체로 주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팀 전력이 갈수록 탄탄해지고 있어 올해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2000년대 들어 탄생한 '월드컵의 해=삼성 우승' 등식이 이번에도 성사될지 주목받고 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삼성 라이온즈 '월드컵의 해' 성적

연도 경기 수 승패 승률

2002년 133 82승4무47패 0.636

2006년 126 73승3무50패 0.593

2010년 86 50승1무35패 0.581

(13일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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