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볼트 안맞고, 뒤틀리고…' 고속도 가드레일은 '엿가락'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정품보다 버팀력 약한 무등급 재생품…전체 구간 3천300㎞ 중 2900㎞

고속도로 가드레일이 엉망이다. 15일 칠곡군 지천면 연화리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가드레일에 설치된 볼트가 빠져 있는 것은 물론이고 가드레일 이음매 틈도 많이 벌어져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고속도로 가드레일이 엉망이다. 15일 칠곡군 지천면 연화리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가드레일에 설치된 볼트가 빠져 있는 것은 물론이고 가드레일 이음매 틈도 많이 벌어져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이달 11일 경북 칠곡군 연화재에서 20명의 중·경상자를 낸 고속버스 사고(본지 12일자 4면 보도) 지점의 가드레일이 정품보다 버팀력이 훨씬 약한 재생 가드레일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국도로공사는 이 구간 가드레일을 2003년 설치 이후 단 한 번도 점검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인천대교, 경주, 칠곡 등지에서 발생한 대형 버스사고는 가드레일이 제 역할을 못해 인명피해를 더 키웠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15일 찾은 칠곡군 지천면 연화리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부산기점 149㎞ 지점 사고현장에는 엿가락처럼 휜 가드레일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사고지점 부근의 가드레일은 앞·뒤로 각각 8개씩 박혀 있는 너트가 성한 게 없었다. 손으로도 풀릴 정도로 허술했다. 주변 30여 개 가드레일 지주대를 확인한 결과 너트가 올바르게 조여 있는 것은 5개에 불과했다. 아예 너트가 빠져 있는 가드레일도 부지기수였다. 또 가드레일 이음매 틈도 어른 엄지손가락 만큼 벌어져 있었다.

사고 현장을 둘러 본 교통안전참여본부 변동섭 본부장은 "정품 가드레일은 시간이 지나도 색만 바래고 형태가 변하지 않는 반면 칠곡 고속버스 사고지점의 가드레일은 재생 가드레일을 써 짝이 맞지 않은 게 많고 형태마저 뒤틀려 있다"며 "볼트와 너트 자리도 땜질처리 해 놨다"고 주장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 구간 가드레일은 2003년 도로를 확장하면서 새로 설치됐다. 그러나 당시에는 국토해양부 지침이 없어 등급이 없는 가드레일(지주간격 4m 보폭 35㎝ 판 두께 4㎜ 기둥 두께 4.5㎜)이 설치됐다.

'등급이 없다'는 것은 가드레일 충돌 실험을 하지 않아 성능 검증이 없는 것을 말한다.

고속도로의 경우 2007년 이후부터 SB3등급(시속 80㎞ 달리는 8t 차량이 15도 각도로 충돌했을 때 버틸 수 있는 강도) 가드레일이 설치되고 있다.

도로공사 구미지사 측은 "사고가 난 구간은 사고 발생 전까지 이상이 있다고 보고된 적이 없어 점검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등급이 없는 가드레일은 우리 나라 전체 고속도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관리·점검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 가드레일이 설치된 고속도로 3천300㎞ 구간 중 등급이 없는 가드레일이 세워진 구간은 2천900㎞ 달한다.

변 본부장은 "등급이 없는 가드레일은 SB1∼7등급 중 가장 강도가 낮은 SB1등급의 성능밖에 못내 고속도로 가드레일의 역할을 제대로 해 낼 수 없다"며 "2008년 말 경부고속도로 가드레일을 점검해 보니 받침대가 너무 얕아 쉽게 흔들리거나, 접합부 연결이 불량한 것들이 넘쳐났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노경석 인턴기자 nks@msnet.co.kr

◇가드레일 추락 사고 일지

▷2001년 7월 24일=경남 진주시 판문동 대전~진주 고속도로 하행선에서 관광버스가 15m 언덕 아래로 굴러 19명 사망, 21명 중경상.

▷2004년 10월 20일=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속사2리 8번군도서 단풍관광객 태운 관광버스가 15m 아래 숲으로 추락, 전도돼 15명 사망 18명 중경상.

▷2009년 12월 16일=경북 경주시 현곡면 남사재에서 관광버스 추락, 17명 사망 14명 부상.

▷2010년 7월 3일=인천대교에서 포항 출발 경주 거쳐 인천공항 향하던 리무진 버스 추락, 13명 사망 11명 부상.

▷2010년 7월 11일=칠곡군 지천면 연화리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부산기점 149㎞ 지점에서 카니발 고속버스 부딪친 후 고속버스 가드레일 뚫고 나감. 사망 없음. 20여 명 부상.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조국 혁신당의 조국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비상계엄 사과를 촉구하며, 전날의 탄핵안 통과를 기념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극우 본당을 떠나...
정부가 내년부터 공공기관 2차 이전 작업을 본격 착수하여 2027년부터 임시청사 등을 활용한 선도기관 이전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2차...
대장동 항소포기 결정에 반발한 정유미 검사장이 인사 강등에 대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경남의 한 시의원이 민주화운동단체를...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