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1일 경북 칠곡군 연화재에서 20명의 중·경상자를 낸 고속버스 사고(본지 12일자 4면 보도) 지점의 가드레일이 정품보다 버팀력이 훨씬 약한 재생 가드레일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국도로공사는 이 구간 가드레일을 2003년 설치 이후 단 한 번도 점검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인천대교, 경주, 칠곡 등지에서 발생한 대형 버스사고는 가드레일이 제 역할을 못해 인명피해를 더 키웠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15일 찾은 칠곡군 지천면 연화리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부산기점 149㎞ 지점 사고현장에는 엿가락처럼 휜 가드레일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사고지점 부근의 가드레일은 앞·뒤로 각각 8개씩 박혀 있는 너트가 성한 게 없었다. 손으로도 풀릴 정도로 허술했다. 주변 30여 개 가드레일 지주대를 확인한 결과 너트가 올바르게 조여 있는 것은 5개에 불과했다. 아예 너트가 빠져 있는 가드레일도 부지기수였다. 또 가드레일 이음매 틈도 어른 엄지손가락 만큼 벌어져 있었다.
사고 현장을 둘러 본 교통안전참여본부 변동섭 본부장은 "정품 가드레일은 시간이 지나도 색만 바래고 형태가 변하지 않는 반면 칠곡 고속버스 사고지점의 가드레일은 재생 가드레일을 써 짝이 맞지 않은 게 많고 형태마저 뒤틀려 있다"며 "볼트와 너트 자리도 땜질처리 해 놨다"고 주장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 구간 가드레일은 2003년 도로를 확장하면서 새로 설치됐다. 그러나 당시에는 국토해양부 지침이 없어 등급이 없는 가드레일(지주간격 4m 보폭 35㎝ 판 두께 4㎜ 기둥 두께 4.5㎜)이 설치됐다.
'등급이 없다'는 것은 가드레일 충돌 실험을 하지 않아 성능 검증이 없는 것을 말한다.
고속도로의 경우 2007년 이후부터 SB3등급(시속 80㎞ 달리는 8t 차량이 15도 각도로 충돌했을 때 버틸 수 있는 강도) 가드레일이 설치되고 있다.
도로공사 구미지사 측은 "사고가 난 구간은 사고 발생 전까지 이상이 있다고 보고된 적이 없어 점검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등급이 없는 가드레일은 우리 나라 전체 고속도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관리·점검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 가드레일이 설치된 고속도로 3천300㎞ 구간 중 등급이 없는 가드레일이 세워진 구간은 2천900㎞ 달한다.
변 본부장은 "등급이 없는 가드레일은 SB1∼7등급 중 가장 강도가 낮은 SB1등급의 성능밖에 못내 고속도로 가드레일의 역할을 제대로 해 낼 수 없다"며 "2008년 말 경부고속도로 가드레일을 점검해 보니 받침대가 너무 얕아 쉽게 흔들리거나, 접합부 연결이 불량한 것들이 넘쳐났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노경석 인턴기자 nks@msnet.co.kr
◇가드레일 추락 사고 일지
▷2001년 7월 24일=경남 진주시 판문동 대전~진주 고속도로 하행선에서 관광버스가 15m 언덕 아래로 굴러 19명 사망, 21명 중경상.
▷2004년 10월 20일=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속사2리 8번군도서 단풍관광객 태운 관광버스가 15m 아래 숲으로 추락, 전도돼 15명 사망 18명 중경상.
▷2009년 12월 16일=경북 경주시 현곡면 남사재에서 관광버스 추락, 17명 사망 14명 부상.
▷2010년 7월 3일=인천대교에서 포항 출발 경주 거쳐 인천공항 향하던 리무진 버스 추락, 13명 사망 11명 부상.
▷2010년 7월 11일=칠곡군 지천면 연화리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부산기점 149㎞ 지점에서 카니발 고속버스 부딪친 후 고속버스 가드레일 뚫고 나감. 사망 없음. 20여 명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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