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정말 남부러울 것이 없겠다고 생각했던 한류스타 연예인의 충격적인 자살소식을 접했다. 왜 그는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걸까? 그리고 왜 주변에서는 이를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이유야 많겠지만 단순히 자살을 그 순간의 충동을 못 참은 절제력 없는 행동만으로 보기는 어렵다. 도리어 자신 안에 방치해 둔, 그래서 더 이상 자신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마음의 병, 즉 우울증을 더 큰 원인으로 본다.
어떤 의사가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이야기하면서, 치료를 안 하고 방치하면 약 15%가량이 자살을 시도하는 '독감'이 된다고 말했다. 마음에 감기가 들면 자신을 보잘것없게 여기고, 무언지 모를 두려움과 슬픔에 휩싸이고 만다.
게다가 이런 어두운 감정의 바다에 어른들만 빠져드는 것이 아니라 사춘기 청소년, 어린이, 심지어 더 어린 유아까지도 이런 감정에 노출될 수 있다고 하니, 이제는 지속적인 처방전이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처방법은 어린 시절부터 아이로 하여금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점을 일깨워주도록 예방주사를 놓는 것이다. "엄마는 목숨을 담보로 너를 낳았고, 네가 있어서 감사하단다"라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야기해주고 격려해 줌으로써 스스로가 우울증에 대한 내성을 키워 마음의 독감으로 번지지 않게 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만약 마음의 감기가 독감으로 번졌다면 바로 정신과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적절한 처방을 받아야 한다. 현재 전체 우울증 환자의 10% 정도만이 치료를 받고 있을 정도로 정신과 치료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심하다.
그렇기에 우리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정신과의 처방이란 더 심한 상태로 번지지 않게 막아주고 스스로가 우울증에 대처할 힘을 키워주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의 독감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주변에서 치료를 적극적으로 독려해 주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마음의 감기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이 세상에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마음의 감기, 즉 우울증에 걸린다는 것은 부끄럽거나 숨길 일이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만 더 심한 독감으로 번지지 않게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이 필요할 뿐이다.
권정생 선생님의 '강아지 똥' 이야기처럼 보잘것없지만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자신의 소중함을 인정하는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이 사회에 만연해 있는 마음의 감기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
영남대학병원 치과 교수 이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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