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대형 판매시설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가뜩이나 제조기반이 없어 허약한 대구경제의 체질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현재의 판매시설 과잉은 대구시의 무분별한 인·허가가 자초한 일"이라는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민간 자본 유치를 위해 '판매시설 허가'를 미끼로 무분별하게 사용하다보니 지금과 같은 유통업 과열 경쟁을 불러 일으켰다는 것이다.
대구시는 이시아폴리스 개발을 위한 선도사업으로 롯데의 라이프스타일센터 입점을 허가했다. 롯데의 입장에서는 10년 이상 장기 임대를 조건으로 건물을 지어야 하는 부담감 없이 싼 값에 매장을 사용할 수 있는 매력적인 조건이었다.
대구스타디움 서편 야외주차장 지하공간에 들어서는 스타디움몰 역시 민자유치를 위해 쇼핑센터 개발을 허가한 경우다. 대구시는 2000년부터 대구스타디움 운영적자 부담을 줄이고 경기장 운영 활성화를 위해 민간투자자를 모집했지만 사업성과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좀처럼 계약이 성사되지 않다가 결국 면세점을 비롯한 쇼핑센터 개발로 가닥을 잡았다.
최근 문을 연 대구 율하지구 롯데쇼핑프라자 역시 대구시가 허가를 내줬다. 당초 롯데 율하점은 10만㎡ 이하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었지만 허가를 둘러싸고 동구청 측과 마찰을 빚자 추가 부지 300여㎡를 더 매입해 대구시의 허가를 얻어 공사를 강행한 것. 현행 건축법에 의하면 10만㎡ 미만은 해당 기초 지자체(동구청)의 허가를 얻도록 하고 있고, 10만㎡가 넘으면 광역 지자체 허가를 얻도록 하고 있다. 이재만 동구청장은 "대형마트 입점으로 가뜩이나 힘겨운 골목상권을 고려해 백화점이 아니면 허가를 내주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대구시는 이런 고려 없이 무작정 허가를 내주고 말았다"며 "대구시의 무분별한 행정에 동구 지역 서민들만 피해를 보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시가 자기 밥그릇도 못챙긴다'는 비난도 터져나오고 있다. 대기업의 진출시 시가 앞장서 서민들이 입을 타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마련하고, 지역 기여도 등에 대한 협상을 벌여야 하지만 대구시는 아예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것.
지역의 대표 기업인 동아백화점을 이랜드가 인수했을 당시에도 시민단체들이 앞장서 "고용안정과 지역기여에 대한 약속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작 대구시는 뒷짐만 지고 있었다. 당시 대책을 촉구하자 대구시의 한 공무원은 "가뜩이나 대구가 기업하기 어려운 도시라는 악명이 높은데 대구에 진출해 준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 아니냐"며 "원만한 관계유지를 위해 대구시가 나서기는 힘들다"고 답했다.
하지만 타지역의 경우에는 지자체가 직접 나서 기업들과 협상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대구 동구청만 해도 롯데쇼핑프라자의 건물 사용승인 허가를 조건으로 동구지역민 고용과 대학생 5명 채용, 대구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사용 등의 지역기여 방안을 얻어냈다. 광주와 부산 역시 지자체가 직접 나서 현지 법인화와 오페라하우스 기증 등의 조건을 약속받았다.
홍철 대구경북연구원장은 "대기업의 대구 유통산업 진출을 막을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최소한의 지역기여 약속은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허가권을 쥐고 있는 시가 허가를 조건으로 협상을 벌여야 하지만 이미 허가가 난 후에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속성상 누가 대구에 선물을 가져다 주겠냐"고 반문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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