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홍철칼럼-지방도 잘 살 수 있다(16)] 박정희 전 대통령과 지방 발전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평가에 있어서 부동의 1위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국시로 하는 대한민국을 세우는 데 공헌을 하였지만, 부정부패로 인해 권좌에서 밀려났다. 그 뒤를 이어받은 장면 정권은 정치적 불안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육군소장 박정희가 주도한 '5'16쿠데타'에 의해 무너졌다. 그런데 5'16을 쿠데타 대신 '군사혁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혁명'이라는 단어에 방점을 찍는 긍정적 평가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5'16의 무엇이 '혁명적'일까? 농경사회였던 대한민국이 5'16을 기점으로 산업사회로 전환하게 되었고, 국민들은 반만년 동안 시달려온 가난에서 해방되었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경제'사회적 변화는 국토라는 공간을 통해 가시적으로 나타난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왕조를 수립하면서 오늘날의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한양)이 생겨났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임금님이 계신 한양과 그 이외의 지방 간에는 격차가 컸지만, 지방 간에는 경상도와 전라도는 물론이고 경기도도 서로 큰 차이가 없었다.

근대적 방식의 지방 개발은 식민지 수탈이라는 나쁜 목적이긴 하였지만, 일제 강점기에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군산'목포'포항'원산'부산 등 항구도시가 만들어졌고, 경부선'경의선'경원선 등 철도가 부설되면서 대전'김천'영주 등의 철도 거점지역에 도시가 형성되었다. 일제 치하의 이러한 국토의 변모는 일부 지방도시들의 형성 내지는 발달에 그쳤고, 전반적인 지방 발전으로까지 확산되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박 전 대통령에 의한 '수출 주도형 경제성장 정책'은 국가의 틀을 송두리째 바꿔놓았고, 전 국토와 지방도시들도 천지개벽하듯 변모시켰다. 서울-부산을 잇는 경부고속도로를 비롯해서 도로'철도 등 각종 교통망이 건설되었다. 수출입 물자 수송을 위해 부산항'인천항 등 거대한 항만 건설이 이루어졌고, 산업용수 공급과 홍수 조절을 위해 소양강댐'충주댐 등 다수의 다목적댐도 만들어졌다. 그리고 울산'포항'창원'구미'여천 등지에 산업단지가 조성되어 산업화의 첨병 역할을 하였다.

박 전 대통령의 조국 근대화 작업은 각종 사회간접자본과 공장 건설에 국한되지 않았다. 국가 발전의 초석이 될 과학입국을 위하여 대전에 대덕연구단지를 만들어 우리나라 연구'개발(R&D)의 중심지로 키워나갔다. 설악산'경주'제주도를 관광거점화하기 위하여 설악동'보문단지'중문단지를 만들었다.

한편 헐벗은 산에 나무를 심어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산림녹화를 이룩하였고, 식량 증산을 위한 농업생산성 혁명과 새마을운동을 통하여 농촌을 혁신하였다. 대한민국은 30여 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나라 전체가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탈바꿈했고, 서울'지방 할 것 없이 온 나라가 변모하였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가 '세계 속의 대한민국'으로 등장한 것이다.

산업화의 성공은 이농현상을 유발시켰고, 도시화를 촉진시켰다. 서울이 넘쳐 흘러 수도권이 만들어졌고, 부산'대구'광주'대전과 같은 지방대도시와 산업도시들이 크게 발전하였다. 아무리 잘한 일이라도 항상 부작용은 있기 마련이다.

수도권과 지방 간의 격차가 커지고, 지방 간에도 불균형이 생겨 지역 간 갈등의 불씨가 되었다. 이러한 국토의 불균형 개발을 시정하기 위하여 박 전 대통령은 발 벗고 나섰다. 1971년 '제1차 국토개발종합계획'을 수립하였을 뿐만 아니라, 향후 수도권 집중 심화를 예견하여 행정수도 이전 계획인 '백지계획'을 구상하였다. 또한 지방 발전을 위한 각종 정책을 추진하였다. 예를 들면 지역 발전의 핵심이랄 수 있는 지방산업의 특성화 기반 구축을 위하여 경북대에는 전자공학부, 부산대에는 기계공학부 등 지방대 전문화를 시도하였다. 1979년 10월 26일 시해 사건으로 인해 박 전 대통령의 지방 발전을 위한 원대한 꿈은 무산되고 말았지만, 작금의 실효성 없는 제반 지방 정책을 보면 아쉬움이 그리움으로 변한다.

1990년대 이후 지구촌을 휩쓴 세계화 현상은 수도권 집중을 한층 심화시켰지만, 좌'우를 막론하고 정치권력들은 사탕발림의 미봉책으로 순간을 넘기기에 급급하였다. 잠자던 지방을 일깨워 변화시켜 놓은 박정희 전 대통령! 그가 떠난 이후의 지방은 비전과 방향을 잃어버린 채 다시금 외롭고 쓸쓸하게 방황하고 있는 안타까운 모습이다.

대구경북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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