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세계에서 국방로봇 예산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라이다. 2007년 국방로봇 예산이 27억3천만달러였으며, 2013년에는 36억4천억달러로 확대된다.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총 예산은 243억달러에 달한다. 30조원에 달하는 국방로봇 시장이 미국, 그것도 펜타곤(미국 국방부) 한 곳에 집중돼 있는 셈이다.
미국은 국방로봇 예산을 법률로 책정해 놓고 지속적으로 국방로봇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플로이드 D. 스펜스 하원의원이 발의한 '2001 회계연도 국방 관련법 제220조'에 의하면 미 육군은 2015년까지 육군 미래 보병 여단의 지상 전투 차량의 3분의 1을 로봇으로 편성토록 했다. 이 법에 따라 미 육군은 장비 분야 현대화 사업의 핵심으로 2003년부터 미래전투 체계를 추진해 왔다.
미국의 국방로봇 산업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이유는 국방부 주도의 일사불란한 산업 발전 체계에 있다. 미 육군이 지향하는 첨단 목표군의 핵심은 국방고등방위연구소(DARPA)와 공동 개발 중인 미래전투체제이다. 이 체제가 지원하는 로봇 기술 개발비만 무려 17조원이다. 앞으로 미 육군의 무인로봇 장비 구매가 본격화되면 어림잡아 145조원의 무기 시장이 새로 열릴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으로서는 반길 일만은 아니다. 미국에 종속되어 있는 국방 환경을 고려할 때 적지 않은 국방로봇 수입 비용을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군은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 치안에 '팩봇' '탈론' 등 1천여 대의 군사용 로봇을 투입하고, 관련 비용을 전쟁 참전 국가들에 공동으로 부담하게 한 바 있다.
미국은 국방로봇 산업의 수준을 후발국들과 더 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1위만 인정받는 시장에서 기술적 독주로 인해 꾸준히 시장성을 확보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현재도 국외 분쟁 지역에 그 분쟁 규모에 따라 경·중량급 로봇을 급파하고 실전 연구를 완료해 나가고 있다. 국방로봇을 만들고 있는 iRobot사의 콜린 앵글 회장은 "미국은 이미 국방로봇 후진국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재래무기와 연계시키는 작업은 이미 끝난 상태"라며 "이 밖에도 당장 실전 배치를 해도 가능한 로봇들이 대량으로 연구 완료된 상태여서 시장에 나온 국방로봇만으로 현재 미국의 국방로봇의 주소를 알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로봇에 대한 미국의 인식은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 무기나 장비는 반드시 무인화를 해야 한다'는 명제에서 출발한다. 신무기 개발의 최우선 목표가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반면 적군을 완전히 없애는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목적을 가장 잘 수행한 로봇은 걸프전에 사용된 무인항공기 파이어니호에서 볼 수 있다. 파이어니호는 사막의 폭풍 작전이 시작되자 330회 출격해 1천 시간 이상 비행했다. 전체 전쟁 기간을 대입하면 하루 24시간 내내 하늘에 떠 있었던 것이다. 이 무인로봇은 이라크군의 이동미사일기지를 폭파했고, 정찰, 기뢰 수색, 초계정 감시 등 다방면에 활용돼 큰 성과를 올렸으나 피해는 4대가 추락하는 것에 그쳤다.
미국과 같은 선진 국방로봇 국가와 비교하면 국내 사정은 미흡한 실정이다. 공중전에 사용되는 로봇의 경우 육군에만 300억원에 달하는 무인항공기 1대만 있고, 해군도 무인정찰기가 일부 함정에서만 운용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마저도 국산화에 성공하지 못한 실정이어서 공중로봇인 무인항공기는 이스라엘 제품이고, 해군의 무인정찰기는 미국에서 사서 쓰는 형편이다.
하지만 연구개발만은 활발히 진행 중이다. 현재 로템, 삼성테크윈 등 민간 회사와 KIST, ETRI 등의 연구소 등이 국방로봇 개발에 열을 올리면서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세계 최고의 국방로봇을 만드는 일은 국가안보와 국가경제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내 국방로봇의 선구자로 '그때는 거북선, 이제는 로봇'의 저자인 이원승 전 육군 준장도 "현재까지 우리 군 역사상 가장 훌륭한 무기체계가 거북선이었다면 앞으로는 로봇이 대세"라며 "군 입대 자원 감소 등을 감안하면 로봇만이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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