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상득·박영준 겨냥 맹공…호남출신 주도는 우연?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 정두언까지 "인사개입" 같은타깃 두고 합작

"아직도 청와대에서의 각 부처에 대한 인사 개입은 전혀 시정되지 않았다. 장관들이 고유권한인 인사권마저 제대로 행사 못해 공직자들의 특정 인맥 줄대기가 심각한 수준이었다."(9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두언 최고위원)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수사의) 종착역이 누구인지 국민은 다 알고 있는데 간이역에 슬그머니 내리려 한다. 그 몸통인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 윗선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한다."(9일 민주당 비상대책회의에서 박지원 원내대표)

한나라당 정 최고위원과 민주당 박 원내대표는 개각에 이어 차관급 인사를 앞둔 이날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이상득 의원(포항남·울릉)과 박영준 차장, 특히 박 차장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여야의 호남 출신 지도부가 '박영준 죽이기'에 한목소리를 내면서 합작하는 이상한 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야당이야 이번 8·8개각을 '사상 최악의 개각'으로 비판하고 있는 입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있을 수 있는 비판이지만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개각 직후 당 공식회의에서 한 발언으로는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문제 때문에 2009년 6월 국무회의에서'임기 초반에는 정권이 바뀐 만큼 청와대가 간여했지만 이제는 장관 책임 아래 인사하겠다'고 천명했다"며 "하지만 청와대의 각 부처 인사 개입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라고 말했다. 차관급 인사를 앞두고 박 차장을 견제하기 위한 발언으로 읽혔다. 총리실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에 대한 검찰의 중간수사 발표를 앞두고 그가 공격했던 영포라인 가운데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등 실무자 4, 5명이 기소되고, 이영호 전 청와대 비서관이 무혐의 처리될 것으로 알려지자 조급해져 이날 회의 분위기였던 개각 평과 맞지 않는 다소 생뚱맞은(?) 발언을 했다는 풀이도 있다.

박 원내대표도 이날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언급하면서 박 차장을 불법사찰의 몸통으로 지목하고, 이상득 의원까지 물고 늘어지려는 뉘앙스를 풍겼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정 최고위원의 발언을 박 차장과의 권력 다툼의 연장선상으로 보면서 무시하는 분위기다. 강석호 한나라당 의원(영양·영덕·봉화·울진)은 9일 정 최고위원의 발언과 관련, "일반화시키기 어려운 이야기이자 자기 정치를 위한 속셈에서 비롯된 발언"이라며 "권력의 주류에서 비켜있는 상실감에 따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또 "차관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인데 장관이 언제 행사한 적이 있느냐"며 "차관 인사를 앞두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구경북 인사를 견제하는 의도적 발언이 나와도 대구경북의 여론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없다"고 우려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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