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기진의 육상이야기] 온도 28℃ 이상이면 경기 금지

마라톤경기는 도로에서 장시간 동안 이루어지기 때문에 외부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고온은 마라톤경기 시 선수에게 또 다른 고통으로 작용한다. 엄청난 에너지 열량을 생성하기 때문에 체온조절과정이 만약 불가능한 상태라면 완주 후에는 약 120℃까지 체온이 증가될 수 있다. 선수들은 레이스를 펼치면서 호흡과 발한으로 높아지는 체온을 조절하고 견뎌내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다. 고온과 함께 습도가 높으면 발한과 호흡에 의한 증발기능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는다. 습기 찬 대기는 수증기의 포화정도가 높게 되면서 피부표면과 대기 사이의 수증기압 차이가 현저히 감소하여 땀의 증발이 어렵게 됨으로써 증가하는 체온의 효과적인 조절이 어렵게 된다. 그래서 더위와 습도를 함께 고려한 온도지수(WBGT)가 28℃ 이상이면 마라톤경기를 금지시킨다.

체온조절을 위해 땀을 흘리는 과정에서 다량의 수분과 무기질이 손실되어 심장 순환계통에 과도한 부담을 주고 근육경련의 발생 가능성을 증가시킨다. 마라톤선수들은 경기 시 일정한 간격의 수분 공급에도 약 3.5kg의 체중감소 현상을 가져오는데, 이때 전해질 손실과 함께 수분은 13~14%까지 감소한다. 탈수에 의한 체중감소가 1% 나타나면 2%의 페이스 감소를 초래한다. 수분이 체중의 2% 이상 손실되기 시작하면 심박수와 체온이 상승하게 되고 혈장량 감소와 순환기능 감소에 의해 체온은 더욱 현저하게 증가된다. 수분 감소는 전해질 감소를 동반하기 때문에 전해질의 체내 평형이 깨지면서 효율적인 신경전달과 근 수축이 방해받게 된다.

따라서 마라톤경기 시에는 전해질과 함께 수분의 공급이 필수적이다. 레이스 중에 무단 음식공급은 허용되지 않지만 5km 구간마다 수분의 공급이 허용되며 자신이 특별히 준비한 음료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때 효과적인 음료를 준비하기 위해 스포츠영양학을 비롯한 과학의 도움을 최대한 받게 된다. 일반적으로 섭취하는 음료조건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약 15분 간격으로 다소 차가운 온도(4~10℃)의 약 150cc 분량을 섭취하는 것이 적절하다. 수분의 체내 흡수를 고려하여 적절한 삼투압이 유지되는 조건 아래 탄수화물을 비롯한 부족해진 에너지원의 공급도 가능하다.

햇빛에 의한 열작용도 체온조절에 불리하게 작용함으로써 햇빛의 흡수보다는 반사에 도움이 되는 흰색 유니폼이나 모자를 주로 착용한다. 흘리는 땀을 적절하게 발산할 수 있는 유니폼의 재질도 중요하다. 만약 땀을 흡수하여 그대로 유지하게 되면 무게 증가를 가져오면서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한다. 형태도 중요한데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때 황영조 선수가 착용한 유니폼은 밑이 탁 트이면서 배꼽티를 연상케 하는 통 셔츠의 형태를 나타냈는데, 땀의 발산과 원활한 체온조절을 고려한 것이다. 눈의 피로는 신체 전체의 피로발생에 영향을 미치며 심리적으로 집중력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선글라스를 착용하기도 한다. 전술적인 측면도 고려되는데, 운동선수의 외형적 피로상태를 나타내주는 대표적인 요인으로는 눈을 중심으로 한 얼굴의 표정을 들 수 있는데, 선글라스를 착용할 경우 그 표정이 상대선수에게 노출되지 않는 효과도 있다.

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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