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뮤지컬의 들여다보기] 유럽 뮤지컬의 약진

유럽 뮤지컬에는 '숨은 보석'을 찾는 색다른 즐거움이 있다

◆새로운 뮤지컬 콘텐츠 공급처 유럽

뮤지컬의 양대 산맥이라 불리는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앤드의 흥행작 중심으로 오리지널팀 내한공연이나 라이선스 공연이 국내의 뮤지컬 시장을 주도해왔으나 최근 몇 년 사이 프랑스, 체코 등 유럽에서 제작된 뮤지컬들이 국내에 소개되는 빈도가 늘고 있다.

프랑스 뮤지컬 는 국가적인 문화교류 차원이 아닌 상업 공연으로서 유럽 뮤지컬의 흥행 가능성을 제시하며 물꼬를 튼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오리지널팀이 내한했던 첫 해 공연은 작품에 대한 낮은 인지도와 프랑스 뮤지컬에 대한 생소함으로 흥행에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언론과 평론가, 관객들로부터 찬사를 받으며 이듬해 공연에서는 흥행에도 성공하면서 유럽 뮤지컬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후 라이선스로 제작되어 국내에서 몇 년간 큰 인기를 누렸다.

의 성공은 프랑스 뮤지컬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켜 등 프랑스 뮤지컬의 내한 및 라이선스 공연이 이어지며 한때 프랑스 뮤지컬 붐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외에는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후 유럽뮤지컬에 대한 제작자들의 관심이 높아져 동구권 뮤지컬들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 가운데서도 어느 정도 작품성과 음악성을 검증받은 체코 뮤지컬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등이 라이선스로 공연돼 호평을 받았고 와 는 흥행에서도 성공을 거두었다. 올해는 오스트리아에서 만들어진 뮤지컬 , 스위스에서 선보였던 뮤지컬 등이 잇따라 선을 보였고 내년 초에는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오스트리아산 뮤지컬 공연이 예정돼 있다.

◆드라마 강조, 서정적인 음악 등 한국 정서와 공감대

이처럼 국내에서 유럽 뮤지컬들이 약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미국이나 영국 뮤지컬에 비해 드라마가 강조되고 감동을 추구하는 유럽 뮤지컬 스타일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한국 관객들의 입맛에 맞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서정적이면서도 감성적인 음악은 한국 정서와 상통하는 부분이 많고 시각적인 만족도를 높이는 웅장한 무대와 소품 등 볼거리도 풍부하다. 거기에다 상대적으로 낮은 로열티로 제작비 부담이 줄고, 작품에 대한 규제가 적어 국내 정서에 맞게 수정, 보완이 가능하다는 것도 유럽 뮤지컬의 장점이다.

체코 뮤지컬 의 경우에는 '음악 외에는 다 바꿨다'고 할 정도로 국내 제작사가 드라마와 무대장치 등 작품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체코 원작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무겁고 진지한 체코 원작에 비해 라이선스 공연은 밝고 코믹한 연출이 많이 가미됐다. 그리고 스토리도 체코 원작이 뒤마의 원작소설 에 가깝다면 한국 라이선스 공연은 영화 에 가깝게 바뀌었다.

도 작년에 이란 제목으로 공연되었다가 올해 원래 제목으로 다시 공연하면서 새로운 음악을 추가하는 등 유럽 뮤지컬은 국내 제작진에 의해 원작과는 다른 모습으로 무대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상대적으로 낮은 작품의 인지도를 극복하기 위해 대부분 스타 캐스팅을 하는 작품이 많다는 것도 유럽 뮤지컬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유럽 뮤지컬은 국내 뮤지컬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브로드웨이식 쇼 뮤지컬에 익숙했던 관객들에게 고전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유럽 뮤지컬들이 새로운 자극을 던져주고 다양한 문화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유럽 뮤지컬만의 신선한 매력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인문학적인 깊이와 음악적 자산이 풍부해 태생적인 장점을 가진 유럽 뮤지컬에는 '숨은 보석'을 찾는 것과 같은 색다른 즐거움이 있다.

최원준(㈜파워포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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