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팔공산 절경에 빠져버린 소방관들

1,246계단 갓바위 오르기…숨 차도 정상에 서니 감탄이 절로

27일 제11회 대구세계소방관경기대회
27일 제11회 대구세계소방관경기대회 '계단오르기'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이 팔공산 갓바위로 가는 1쳔246개 계단을 뛰어 오르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27일 오전 10시 20분 대구 동구 팔공산 보은사 앞. 세계소방관경기대회 7일째를 맞아 '관광'과 '게임'을 접목한 이색 경기가 열렸다. 팔공산 갓바위 '계단 오르기'.

경기 직전 149명의 선수들에게서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허리춤에 MP3플레이어를 찬 선수에서부터 작은 가방을 메거나 카메라를 손에 든 선수까지, 저마다 편안하게 몸을 풀고 있었다. 영국에서 온 데이비드 래인(48) 씨는 "정상까지 최대한 빨리 올라간 다음 내려오면서 선수들과 사진을 찍을 생각"이라며 들고온 카메라를 보여줬다. 빨리 올라가야 하는 기록 경기지만 선수들은 저마다 팔공산의 경치를 즐길 준비를 마쳤다.

오전 10시 30분. 성별과 나이에 따라 10명씩 조를 나눠 갓바위로 출발했다. 처음부터 전력질주로 올라가는 선수들이 있는 반면 순위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느긋하게 걷는 이들도 있었다. 옆사람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오르는 선수도 보였다. 천천히 걸은 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몸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울산 의용소방대원인 강숙이(44·여) 씨는 "평소에 운동을 좀 해둘 걸 그랬다"며 "멋진 경치를 구경하면서 천천히 정상까지 오를 생각"이라고 말했다.

옷이 땀에 젖으려 할 때쯤 관암사 옆으로 수백개의 계단이 펼쳐졌다. 본격적인 계단오르기가 시작된 것. 주변에서는 선수들을 격려하며 물을 나눠줬다. 경기에 참가하지 않은 한 외국 소방관은 관암사 계단에서 선수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관암사 입구에서부터 1천264개의 계단을 오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초반에 열심히 뛰던 선수들도 점차 오르는 속도가 떨어졌다. 땀에 젖은 상의를 벗어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는 선수도 있었다. '언제 도착하냐'는 생각이 들 때쯤 저만치 정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결승점에 도착한 선수들은 팔공산 갓바위를 보면서 저마다 감탄을 자아냈다.

출발지로 다시 내려오면서 낯선 외국 선수들은 한국의 절을 마치 관광이라도 하듯이 이리저리 둘러봤다. 경기에 참가하지 않은 소방관들도 갓바위를 찾아 연방 사진기의 셔터를 눌렀다.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은 준비해 놓은 막걸리 등 한국 전통 음식을 맛봤다. 첫 집결지인 갓바위 주차장에서는 경기전과 마찬가지로 풍물놀이가 벌어져 저마다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축제를 즐겼다.

스코틀랜드 선수인 존 손(54) 씨는 "단순히 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만나고 즐길 수 있는 것이 이 대회의 장점"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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