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엠넷 채널에 방송되면서 불거진 '4억 명품녀' 소동은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세상 물정 모르는 20대 여성의 부박한 허영기와 이를 시청률 높이기에 이용하는 분별없는 방송이 합작한 한편의 블랙 코미디인 것이다. 아무리 케이블방송이라 하지만 이런 질 낮은 내용을 시청자들에게 보고 즐기라니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파문이 커지자 4억 명품 발언을 한 김모 씨는 "작가가 준 대본대로 읽은 것"이라고 둘러대고 있다. 이에 방송은 "김 씨가 거짓말을 했다면 방송도 피해자"라고 맞받아치면서 진실게임으로까지 번지고 있어 더욱 가관이다. 그냥 자다가도 웃을 코미디 소재감밖에 안 되는 것을 국회가 관심을 보이고 국세청장까지 정색을 하면서 조사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이쯤 되면 방송이 국민을 우롱하고 우리 사회를 조롱거리로 만든 것이다. 방송에서 한 번 튀어보려는 출연자와 시청률에 눈먼 방송의 진흙탕 싸움에 이제 국민들은 하릴없는 관객으로 전락했다. 인터넷을 통해 확산된 '된장녀' 소동이 '명품녀' 파문으로 바통을 이어가면서 속물주의와 한탕주의라는 우리 사회의 치부를 종합세트로 까발리고 있는 것이다.
설령 김 씨가 시청자 눈길을 끌려고 거짓말을 했다 하더라도 이런 허황한 것을 방송 소재로 선택한 제작진이나 파장을 감안해 미리 걸러내지 못한 케이블방송이 더 한심하다. 시청자들이 악어가죽백이 얼마짜리고 목걸이가 얼마라는 시시콜콜한 소리나 듣고 좋아라 할 것으로 생각한 방송의 수준이 의심스러운 것이다. 더 이상 '○○신드롬'과 같은 헛된 바람을 조장해 우리 사회를 안쓰럽게 만드는 방송들이 나오지 않도록 엄한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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