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도시 대구에서 양복을 만드는 양복점에서 출발해 공무원과 회사 근무복을 제작 생산해오다 변신을 거듭해 최근에는 소방 피복 보호복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 기업이 있다.
대구 중구 남산동의 지구사는 전수열(69) 대표가 45년 전 반월당 인근에서 맞춤 신사복을 만드는 '지구라사'에서 출발했다.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기성복이 많이 없던 시절이라 사람들이 이 양복점에서 신사복을 맞춰 입으면 멋쟁이라고 칭찬을 들을 정도로 옷을 잘 만들었다.
하지만 기성복 시장이 확대, 양복점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변신을 해야만 했다. 1977년 공무원 등의 근무복을 만들어 관공서에 납품하는 '지구사'를 창업한 것이다.
◆대구에서 가장 오래 관공서에 납품을 한 업체
이 회사는 창업 초기부터 경찰복, 군복, 소방복, 우체국 집배원복, 철도청 근무복 등 수많은 관공서에 근무복을 만들어 납품했다. 당시만 해도 한국 피복공업협동조합에서 관공서와 입찰계약을 체결해 수주를 한 이후 조합원사에게 물량을 배정해 주는 시절이었다. 이들 근무복에 사용할 원단이 정해지면 일일이 치수를 재어 공장에서 재단을 하고 봉제를 해 납품했다. 오랫동안의 업력을 자랑해온 전 대표의 기술력과 영업력 때문에 그런대로 장사가 잘 됐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계약 방식이 변경돼 중소기업들끼리 자율 경쟁을 통해 물량을 수주할 수밖에 없었다. 업체들 간의 경쟁이 더욱 심화됐다. 거래처의 다각화도 필요했다. 우체국 근무복 디자인 1위 업체로 선정될 정도로 디자인력을 갖추었다. 조달청 마스(MAS·다수공급자계약) 등록제품으로 수많은 종류의 근무복을 생산 납품해 어려움을 극복했다.
전 대표는 "우리 회사는 대전 이남에서는 관공서에 납품을 가장 오래한 업체로 규모도 꽤 큰 편"이라고 했다. 그는 "정해진 원단 사용이나 납기일 등 나름대로 원칙을 세웠으면 손해를 보거나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 원칙을 지키려고 하는 등 신뢰를 쌓았던 것이 오늘날까지 지구사가 성장,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소방 피복 보호복, 활동화로 영역 확대
관공서에 납품하는 근무복의 계약 방식이 변경돼 중소기업들끼리 자율 경쟁을 통해 물량을 수주하게 된 2000년대 중반 이후 업체들 간의 경쟁이 더욱 심화됐다. 사업의 다각화가 필요했다. 이 회사의 매출액을 보면 유니폼이 70%, 특수복이 30% 정도 된다. 하지만 특수복의 매출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유니폼보다는 기술 축적이 되면 꾸준하게 판매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영역이 필요했고, 소방 피복·보호복 전문생산업체로 변신을 했다. 소방검정 공사의 방화복과 두건, 특수 방화복, 소방공무원 이동용 가방 등 소방 공무원과 관련된 많은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관련 특허도 3건이나 된다.
전수현 영업부장은 "조달청에서 소방 특수복을 할 수 있도록 인증한 업체가 전국에서 5, 6개 정도에 불과한데 실제 우리 회사를 비롯한 3개 정도의 회사에서 특수복을 만들어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막상 소방 특수 보호복 전문생산업체로 변신을 시도했으나 문제는 준비가 많이 필요했다. 소방기준의 엄격한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검사에서 통과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재료비가 워낙 비싸다 보니 재료 가격이 만만찮게 들어가더라"고 했다.
이 회사가 이 같은 특수복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오래된 업력에서 비롯된 경험과 노하우, 한국패션산업연구원 등의 잘 갖춰진 실험 장비 등 인프라를 잘 활용해 각종 실험과 검사를 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했다.
지구사는 또 다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트렉스타와 함께 대한민국 소방공무원들의 특수 활동화와 체력단련화 등의 제품을 검정과정을 거쳐 납품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이 연간 몇천 켤레에 불과하지만 소방 방화복에 이어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는 것이 의미가 남다르다. 성장 가능성도 크다.
박영규 관리실장은 "지구사는 그동안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앞으로 기존의 유니폼은 물론 국내 특수복과 특수 활동화 시장을 선도해 나가는 업체가 되도록 하겠다. 또한 특수복 등을 미국과 일본 등으로 수출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진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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